[사진] 불볕더위 속에서 여물어가는 계절의 순환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9월이 코앞인데, 불볕더위는 기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입추(8.7.) 날부터 사나흘쯤 반짝 온도가 떨어져 정말 절기를 알아본 건가 싶었지만, 그게 다였다. 며칠 반짝 내려갔던 수은주는 거짓말처럼 이전으로 돌아가, 낮 최고 기온이 35, 6모들 넘어서곤 했다.
23일이 처서(處暑)니, 절기상으로 보면 더위가 수그러져야 할 때다. 그러나 현재의 추이로 보면 그런 시간이 올 것 같지는 않다. 낮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밤이라도 좀 시원해야 할 텐데, 자정이 넘기까지 열대야가 이어지는 상황 앞에서는 전의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만나는 풍경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비록 늦여름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계절의 시계는, 그 순환은 정확히 가을로 이행하고 있다고 되뇐다. 가을로 옮겨가고 있는 과일들, 석류와 감, 모과, 명자, 이팝 열매와 대추까지. 그리고 아직도 새 열매를 맺고 있는 호박까지 가을은 더는 늦출 수 없는 약속이라는 걸 웅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알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을은 상투적 표현이지만 점령군처럼 우리 사위에 이른다는 걸. 오규원(1941~2007) 시인은 그걸 대문이 아니라 “담장을 넘어” 들어왔다고 노래했다. 시인은, 가을이 “현관 앞까지”, “개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창 앞까지” 온 가을은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왼쪽 귀 사이로”,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돌과 돌 사이로” 왔다고 보고한다. 그 가을은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시인의 “손바닥 위에까지” 왔다.
그렇다. 어느 날 우리는 이미 와서 먼지를 맞고 있는 오래된 엽서처럼 익숙하게 우리 곁에 온 가을을 실감할 것이다. 9월까지는 이제 열흘 남짓, 그래도 계절의 순환은 자신의 본분을 다할 것이다. 저기 다가오는 가을을 실눈을 뜨고 바라보면서 불볕더위를 견디기로 한다.
2025. 8. 20. 낮달
'이 풍진 세상에 >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사진] 각종 열매로 넉넉한 가을 (2) | 2025.10.10 |
|---|---|
| [사진] 초가을 풍경 소묘(1) (2) | 2025.09.15 |
| 2025, 금호연지의 연꽃 (5) | 2025.08.10 |
| 성주 초전, ‘같으면서도 다른’ 뒷미지의 연꽃 (6) | 2025.08.02 |
| 능소화와 도라지꽃의 계절 (9) | 2025.07.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