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캐기(1) 수확의 순간은 언제나 뭉클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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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들러 감자꽃을 따주고는 5월 31일에도 텃밭에 들렀었다. 감자는 줄기와 잎사귀가 왕성하게 자랐고, 상추씨를 뿌렸는데도 싹이 나지 않는 곳에는 아내가 쪽파를 모종으로 심었다. 그리고 6월 9일에도 잠깐 들러 쪽파와 호박에 물을 주고는 발길을 되돌렸다. 고추는 영 자라는 게 시원찮았고, 가지도 열매를 달 생각을 통 하지 않는 것 같았다.
감자 캘 날 받으려는데 밭은 묵정밭이 됐다
아내는 연신 감자 캘 날 받을 궁리로 바빴다. 90일은 됐느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3월 13일에 씨감자를 심었다고 대답하고, 우리가 심은 감자는 품종이 ‘두백’이라고 일러주곤 했다. 두백은 과자 회사인 오리온에서 육성한 품종으로 ‘머리 두(頭)’에 ‘흰 백(白)’ 자를 쓰는데, ‘분감자’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두백은 전분 함량이 높아서 쪄서 먹으면 포슬포슬한 식감이 좋아 가공업자들이 선호하며, 특히 조림이나 으깬 감자 요리에 적합한 감자라고 한다.
이는 대부분 구글의 에이아이(AI)가 가르쳐 준 정보다. 요즘은 검색란에 입력하면 ‘AI개요’라는 이름으로 정보를 출력해 주는 것이다. 어디선가 두백은 수확 시기가 수미 감자보다 늦다고 한 걸 본 듯해 새로 여러 차례 검색해 봐도 마땅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 들은풍월로 감자는 수확 한 달 전부터 씨알이 굵어지므로 물을 충분히 대줘야 한다는 것만 안다.
어제(6월 20일) 오후에 장마가 온다고 하여 아내와 텃밭에 들렀었다. 한두 포기라도 감자 씨알이 수확해도 될 만큼 자랐나 확인해 보려는 것이었는데, 잠긴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우리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마당에 군데군데 풀이 돋았고, 묵은 밭과 새 밭은 풀이 무성하게 번져 마치 버려둔 밭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풀을 매고 감자 줄기를 걷어냈더니
일단 나는 우선 눈에 띄는 잡풀들부터 뽑았고, 아내는 묵은 밭 한쪽 이랑의 감자 줄기를 걷어냈다. 아내의 탄성에 돌아보니 어럽쇼,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굵직한 감자들이 흙 속에서 맨몸을 드러냈다. 밭을 묵히기 거시기하여 심은 감자고, 심은 뒤에 한 차례 아내가 비료를 준 걸 빼면 우리는 아무런 구실도 하지 않았는데, 감자는 홀로 자라서 흙 아래서 굵어진 것이었다. [관련 글 : 밭을 묵혀 둘 수 없어서 감자를 심었다]
가랑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아내는 한 이랑의 감자를 캤고, 나는 지지대를 세워 고추 이랑 전체를 묶어주고, 제법 자란 호박에다 물을 흠뻑 주었다. 고추는 여전히 성장이 부실해 어른 손가락 굵기 고추가 몇 개 달린 것뿐, 그 기세가 영 시원찮았다. 가지도 감나무 그늘에 가려선지 키만 조금 컸을 뿐 줄기나 잎이 성기기만 했다. 가지가 두 개 달렸는데, 표면에 무슨 가루 같은 걸 덮어쓰고 있었다.
일부만 수확하고 본 수확은 다음 주로
대충 두 곳 밭의 잡풀을 뽑고, 아내가 상추와 부추, 고추 몇 개를 챙기고, 풀을 매면서 아내와 함께 골라둔 쇠비름을 챙기니 그것도 두어 봉지다. 한 이랑 남짓 캔 것인데도 창고에 있던 낡은 종이상자에 가득하고도 비닐봉지 하나에도 넘치게 감자가 담겼다. 우선 눈앞의 물건에 빠져서 그런지, 우리가 그간 수확한 감자보다 더 실하고 커 보였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감자 농사만큼 얼치기 농부를 흡족하게 하는 것은 없다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었다. 심고 거름 한 번 준 게 다인데도 감자는 이렇게 실하게 자라서 임자를 뭉클하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마무리하는 도중에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하여 우리는 다음 주를 기약하고 서둘러 밭을 떠났다.
2025. 6. 2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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