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여 만에 들른 텃밭- 감자와 고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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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히려 하다가 감자를 심었는데, 감자는 저 혼자서도 잘 자랐다는 얘기는 지난번에 이미 했었다. 마땅히 심을 만한 작물이 떠오르지 않아서 6월 말에 수확하는 데다가 따로 보살펴 주지 않아도 잘 자라는 감자를 선택한 것이었다. 4월 말에 들렀다가 거의 보름 만에 다시 텃밭을 찾았다. [관련 글 : 흉내만 냈는데도 감자는 무럭무럭 자랐다]
손바닥만 한 텃밭 두 곳에, 감자는 무성한 줄기를 뻗으며 왕성하게 자라나 있었다. 포기마다 하얗고 노란 꽃이 잔뜩 피어 있었다. 아내는 바로 밭에 들어가 꽃을 따주기 시작했다. 감자 꽃을 따주는 건 잎이나 꽃에 영양분이 낭비되어 감자 덩이줄기(감자알)가 굵게 자라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열매가 맺히는 경우 영양분이 더 많이 소비되므로 감자꽃을 따주어 감자 덩이줄기에 영양분이 집중되도록 하려는 것이란다.
감자 옆에 그냥 흉내만 낸다고 심은 고추는 별로 자란 표시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꽃을 피우고 새끼손가락만 한 열매를 달기는 했다. 아직 키도 작고, 줄기도 어리지만, 나는 알루미늄 지지대를 가져와 일일이 고추 옆에다 박고, 비닐 끈으로 느슨하게 묶어주었다. 두 포기만 심은 가지도 역시 지지대를 박았다.
아내가 장독대 옆에 심은 박이 제법 자랐다. 그 옆에다 아내가 씨를 뿌려둔 호박의 싹이 났다. 아내는 사 간 퇴비를 뿌리는 등 부산을 떨었다. 자주 들여다보지 못해서 그렇지, 사실 호박이 달리기 시작하면, 정말 쏠쏠한 재미를 주는 게 호박 아닌가. 아내는 그걸 그리고 있겠지만, 호박이 제대로 자랄지는 아무도 모른다.
묵은 밭에 상추씨를 뿌려두었지만, 어쩐지 싹이 올라올 생각을 안 한다. 대신 모종을 심은 상추가 제법 자라, 좀 솎듯이 뽑아서 챙겼다. 5월도 막바지, 이제 6월 한 달은 감자알이 굵어지는 때,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데 잊을 만하면 찾는 텃밭이니, 그게 쉽지 않다. 비라도 자주 내리기를 바라지만, 그건 모두 하늘에 달렸다.
그래도 정식 상수도가 들어오면서 끊은 간이상수도에서 물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해 놓았다. 다음에 와 보고, 가물면 물이라도 주어야겠다고 의논을 모았다. 잠깐 사이에 점심때가 겹다. 서둘러 귀가하면서 또 언제 오겠는가 하는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2025. 5. 2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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