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우리 동네에서 만나는 모과나무와 모과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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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木果)는 “모과나무의 열매로 거죽이 좀 울퉁불퉁”(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아래도 같음)해서 ‘과일전 망신’을 시키는 과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푸르스름하다가 익으면서 누렇게 되며 맛은 몹시 시고 향기가 있”어서 승용차 뒷좌석 선반을 차지하기도 한다.
대체로 우리가 모과에 대해서 아는 건 거기까지다. 식용하는 과일이 아니어서 일상에서 자주 만나지 못하니 자연 그 나무와 꽃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모과꽃을 처음 만난 건 2018년 벗의 복사 밭에서다. 밭 가녘의 나무에 달린 꽃이 예사롭지 않았다. 벗이 그게 모과나무고 모과꽃이라고 알려주었다. [관련 글 : 봄나들이 - 초전리 ‘꽃 대궐’과 미성리 ‘그 여자’의 집]
사람을 3번 놀라게 하는 모과
모과는 보는 사람을 세 번 놀라게 한다고 일컬어진다. 처음은 워낙 못생긴 열매라서 ‘과일전 망신’의 오명을 뒤집어쓴 그 생김새에 놀라고, 그다음엔 풍기는 향에 놀란다. 승용차 뒷좌석 선반에 모과 두어 개가 든 바구니가 놓이는 이유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잘 익은 모과에서 나는 향은 제멋대로 생긴 모습에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그윽하다.
향이 놀랍긴 하지만, 대신 맛은 영 꽝이다. 바로 먹지 못하니, 대신 차나 술로 모과를 우려먹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마지막은 그 기품 있고 고혹적인 꽃의 모습이다. 먼저 난 잎 사이에서 수줍게 피어나는 꽃은 진홍빛인데, 활짝 피어난 꽃은 분홍빛이다. 다섯 장으로 갈라진 꽃잎의 균형과 황갈색 수술 20여 개로 구성된 모과꽃은 여느 꽃과는 다른 낯설면서도 단아한 기품을 엿보이는 것이다.
모과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교목으로 높이는 20m에 이른다. 열매는 원형 또는 타원형이며 9월에 황색으로 익는다. 원산지는 중국으로 우리나라에는 중부 이남 지역에 흔히 재배된다. 푸르고 노릇한 빛깔 무늬가 얼룩덜룩한 나무껍질이 특이하다.
나무에 달리는 ‘참외 비슷한 열매’라 하여 ‘모과(木瓜)’ 또는 ‘목과(木果)’라 쓴다. (한자로 ‘목과’인데, 이를 ‘모과’라 쓰는 건 ‘동음생략’으로 보기도 하고, 한글 맞춤법에서는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는 규정”(한글 맞춤법 제52항)에 따른 것으로 본다.) 산미가 강하고 단단하며 향기가 강한 열매로, 가을에 노랗게 익는다. 과육을 꿀에 재서 정과(正果)를 만들어 먹기도 하고, 과실주 또는 차로 끓여 먹기도 한다.
모과나무는 집 주변, 마을의 빈터에 많이 심는다고 하지만, 자라면서 모과나무를 본 기억은 없다. 물론 나무가 있어도 그것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지금 사는 우리 동네의 이웃 아파트 앞 어느 주택, 담 너머에 꽤 묵은 모과나무가 한 그루 있다. 가을에 익은 모과를 카메라에 담곤 했지만, 꽃 생각을 하지 못하고 보냈었다.
올해, 잘 들르지 않던, 지상 주차장 위층에 조성해 놓은 어린이 놀이터에 갔다가 그 가장자리에 무려 다섯 그루의 모과나무가 심긴 걸 확인했다. 처음엔 무슨 나무인지 몰랐는데, 꽃망울이 맺힌 걸 보고 구글에서 이미지로 검색해 보고야 그게 모과란 걸 알았다.
그리고 동네에서 유일하게 배나무가 있는 카페 정원에도 또 한 그루의 모과나무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 동네에서 산 지 벌써 10년이 다 돼 가는데, 이제야 그걸 알았으니, 아이들 나무랄 게 하나도 없다. 주변에 대해서 아는 게 없기는 매일반 아닌가 말이다. 그나마 요즘에는 그게 뭔지 알아보느라고 애를 쓰고 있으니, 그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올해의 사과꽃도
맨 처음 꽃망울이 맺힐 때부터 찍은 사진들 몇 장을 공유한다. 아파트 뒤 북봉산 자락의 사과밭에서 찍은 사과꽃 사진도 덧붙인다. 여러 장 찍은 것 가운데, 그나마 마음에 찬 것만 골랐는데 나이 탓일까, 곱고 아름다운 빛깔과 모습에 마음이 살갑게 기우는 건 어쩔 도리가 없다.
모과를 노래한 시편이 있는가 싶어 검색해 보니 도종환 시인의 시 ‘모과꽃’이 있다. 모과꽃이 아름답지만, 사람들의 시선에서 비껴 있다는 걸 노래한 시다. ‘꽃은 피는데/눈에 뜨일 듯 말 듯’, ‘벌은 가끔 오는데/향기는 나는 듯 마는 듯’, ‘나무 사이에 섞여서/바람하고나 살아서/있는 듯 없는 듯’한 모과꽃, 그 처연한 모습을 시인은 담담히 노래했다.
그러고 보니 냄새에 무뎌져서 꽃의 향기는 따로 확인하지 못했다. 아마 모과의 향이란 주로 열매에서는 우러나는 그윽한 그 향을 말하는 것일 테다. 그래서 시인은 모과를 ‘빛깔로 드러내고자/애쓰는 꽃이 아니라/조금씩 지워지는 빛’으로 노래한 것일 터이다. 그렇다, 아름다운 기품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그 꽃은 굳이 자신을 내로라하고 드러내지 않는 꽃인 것이다.
2025.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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