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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널하다’가 사전에 올랐으니 말 씀씀이가 ‘널널해’질까

by 낮달2018 2025. 4. 17.

2024년 3/4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 주요 내용

좀 늦었지만, 지난해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지난해 3/4분기 정보 수정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표제어로 새로 추가된 낱말이 4개, 뜻풀이가 추가된 게 4개, 그리고 뜻풀이가 수정된 게 7개로 모두 15개다.

 

사전의 정보 수정 때마다 어, 이런 말이 사전에 없었던가 하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때가 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새로 표제어에 추가된 낱말 중 ‘널널하다’나 ‘덧이빨’ 같은 것은 ‘속어’로 쓰이던 말을 사전에 올리는 예로 보이지만, ‘탈북민’ 같은 낱말이 이제야 사전에 오른다는 사실은 좀 믿기지 않는다.

북한이탈주민(법률상 용어)은 6·25전쟁 이후부터 있었지만, 1990년대 북한 기근이 끝나갈 무렵 급격히 증가하여 1998년과 1999년에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이제야 <표준국어대사전>에 오른다니 말이다. 그건 마치 이들을 공식적인 대한민국 국민으로 편입해 주지 않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하니 좀 거시기하다.

 

뜻풀이가 추가된 낱말 중 ‘항05’, ‘호13’, ‘목09’ 같은 것들은 법률이나 생물 분류의 단위로, 또 수학에서 쓰이는 의미 등을 추가한 것이다. ‘보다01’는 그 뜻들 가운데, “어떤 상황이나 사실로 미루어 짐작하거나 판단하다.”의 뜻을 더하면서 소설가 이청준과 이문열의 소설에서 용례를 붙였다.

뜻풀이 수정은 모두 7개, 뜻을 더 정확하고 정교하게 기술하는 방향에서 수정된 것으로 보인다. 눈길을 끄는 것은 ‘발급’과 ‘발부’를 수정 전에는 같은 뜻으로 풀이했는데, 이번에는 미세하게 조정했다. ‘발급’이 ‘신청에 따라’ 발행해 주는 것인데 반해서 ‘발부’는 기관에서 “발행하여 보냄”으로 정리한 것이다. 고개가 끄덕여지게 만드는 차이를 정확하게 기술한 듯싶다.

일반 언중들이야 무심히 사용한다고 할지라도 국어 연구 기관으로서 국어원이 어문의 정확하고 뜻과 어의의 변화 등을 잘 파악하여 사전에 반영하는 일은 중요하다. 문제는 그게 좀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게 좋다는 점이다. 적어도 ‘탈북민’이 20년이 훨씬 넘어서야 사전에 오르게 되었다는 점은 여전히 석연찮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2025. 4. 1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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