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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가겨 찻집] ‘설레이다’는 없다, ‘설레임’도 없다

by 낮달2018 202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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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설레이다’를 즐겨 쓰지만, ‘틀린 말’이다

(1) 봄이 온다니 공연히 마음이 설레이네.

(2) 가슴을 에이는 듯한 슬픔

(3) 오페라 『나비 부인』의 아리아 「어떤 개인 날」

 

엔간한 매체에서는 다들 다룬 내용이다. 신문은 물론이거니와 방송에서도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사례들이다. 국립국어원의 답변 등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들이지만, 정작 사람들은 여전히 잘못된 표현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라는 얘기는 언어생활에서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다.

 

“마음이 가라앉지 아니하고 들떠서 두근거리다”라는 뜻의 동사는 ‘설레다’이다. 당연히 그 명사형도 ‘설렘’이다. 무심히 쓰는 ‘설레이다’와 ‘설레임’은 사전에 없는 낱말이다. 2003년에 롯데제과에서 출시할 때는 한자 표기인 ‘눈 설(雪), 올 래(來), 장마 임(淋)’으로 표기한 ‘설래임’이었는데, 요즘은 모두 ‘설레임’이다.

▲ 이 아이스크림의 이름은 원래 한자말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은 ‘설레다’나 ‘설렘’보다는 음절을 하나씩 더한 ‘설레이다’, ‘설레임’으로 쓰는 게 더 느낌이 좋다고 느껴서일까. 신문과 방송에서 이를 지적해도 빙과류가 ‘설레임’으로 유통하는 이상, 그게 바뀌기는 쉽지 않다. 물론 아이스크림에 책임을 묻기는 거시기하고.

 

비슷한 방식으로, 본래의 동사에 ‘이’를 첨가해 쓰는 말로 ‘에이다’와 ‘개이다’가 있다. “칼 따위로 도려내듯 베다”라는 뜻의 동사는 ‘에다’다. “살을 에는 날씨”나, “가슴을 에는 슬픔” 따위로 쓰는데, ‘이’를 첨가하면 훨씬 의미가 분명해진다고 느끼는 것일까.

 

그럼 ‘에이다’는 없나? 그렇지 않다. ‘에다’의 피동사인 ‘에이다’가 쓰일 수 있다. ‘에다’는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지만, ‘에이다’는 피동사이므로 주어만 있으면 쓰일 수 있다. 비슷한 형식으로 활용되는 동사로 “차나 수레 따위가 사람을 강한 힘으로 부딪고 지나가다”라는 뜻의 ‘치다-치이다’가 있다.

 

· 살이 에이는 것 같다.(피동사)

· 가슴이 에이는 슬픔.(피동사)

· 트럭이 지나가는 사람을 치고 지나갔다.(타동사)

· 지나가던 차에 치인 아이들이 크게 다쳤다.(피동사)

 

“불이나 뜨거운 기운으로 말미암아 살이 상하다. 또는 그렇게 하다”, “몹시 놀라거나 심한 괴로움을 겪어 진저리가 나다”는 뜻의 동사는 ‘데다’인데, 이를 ‘데이다’로 쓰는 것도 잘못이다. ‘데이다’는 물론 사전에 없다.

 

“흐리거나 궂은 날씨가 맑아지다”라는 뜻의 동사는 ‘개다’다. 이를 ‘개이다’로 잘못 쓰는 사례가 많은데, 이 역시 사전에 없는 낱말이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에 나오는 아리아를 ‘어떤 개인 날’로 쓰는 경우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역시 ‘갠 날’로 써야 하고, 명사형도 ‘개임’이 아닌 ‘갬’이라고 쓰는 게 맞다.

 

‘이’를 덧붙여 만든 동사로 ‘깃들이다’가 있다. 이는 ‘깃들다’에서 파생한 것처럼 보이지만, 다른 뜻의 낱말이다. 아래 <표준국어대사전>의 어휘 풀이를 참고할 것.

 

 

2024. 7. 1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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