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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도 표제어로, ‘구독·공유’는 확장된 뜻 반영

by 낮달2018 2024.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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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겨 찻집] 2024년 1분기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 주요 내용

 

한동안 잊고 있었던 국립국어원이 매년 분기마다 발표하는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을 소개다. 찾아보니 2021년 연말에 ‘2016년 표준어 추가 결과’[관련 글 : 걸판지다’, ‘-엘랑도 표준어가 되었다]를 올리고 난 뒤 꽤 오래 쉬었다.

 

2021년에 왜 ‘2016년 글’을 올렸냐고? 간단하게 말하자면 <오마이뉴스> 블로그에서 티스토리로 갈아타면서 예전에 쓴 글을 뒤늦게 다시 게시하는 과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2016년 퇴직 이후엔 아주 제대로 게으름을 피운 듯하다. 퇴직 이전에는 근무하면서도 분기별 정보 수정 내용을 일일이 챙겨서 소개하곤 했는데 말이다. 결국은 나이 들면서 때를 맞추지 못하고 여기저기 구멍이 나는 걸 어쩔 수 없다.

 

올부터는 좀 정신을 차리자는 생각에 국립국어원 나들이에 나섰다가 일단 1분기 정보 수정 내용을, 뒤늦지만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서둘러 관련 자료를 챙겼는데, 그러고도 한 보름은 좋이 미적대다 5월도 중순에 설레발을 치게 된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정보 수정이란 국립국어원에서 분기별로 새로 표제어(올림말)를 추가·수정·삭제하거나, 뜻풀이 추가·수정, 용례 추가 등을 새롭게 발표하여 알리는 것이다. 언뜻 보기엔 그게 그거 같지만, 중요한 사전의 정보가 수정되는 것이니, 표준어의 기준이 되는 <표준국어대사전>을 편찬하는 국립국어원에서는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예전에는 안내문이 따로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랑 정보 수정 관련 내용만 표로 제시하고 있다. 간단히 내용별로 수정된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표제어 추가(5건)

 

표제어는 <표준국어대사전>의 올림말이니, ‘표제어 추가’라 함은 그전까지는 표제어로 오르지 않은 낱말을 새로 더한다는 뜻이겠다.

 

① 여하간(如何間)에 : “어찌하든지 간에”의 뜻으로 ‘하여(何如間)’과 동의어. ‘하여간’만 있었는데 사람들이 순서를 바꾼 ‘여하간’도 많이 쓰게 되자, 이를 ‘표준어’로 인정하여 표제어에 추가한 것이다. 이는 ‘하여튼’과 ‘여하튼’과 마찬가지 경우로 볼 수 있겠다. [관련 글 : 여튼’, ‘하여튼여하튼’, 그리고 아무튼·어떻든·어쨌든]

 

②동학 농민 혁명 : 역사적 사건의 이름인데, 워낙 동학이 ‘동학 농민운동·갑오농민전쟁·동학 운동·동학 혁명’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쓰이다가 ‘동학’과 ‘농민’과 ‘혁명’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름인데 표제어로 추가된 것이다. 우리 베이비붐 세대는 초등학교에서 ‘동학란’으로 배우기도 했는데, 이 용어는 지금은 사라졌다.

 

‘운동’보다 ‘혁명’이 훨씬 그 성격을 분명히 해 주고, 또 주체인 ‘농민’을 이름에 포함한 것이다. ‘갑오농민전쟁’까지 표제어로 오른 상황이니 표제어 ‘동학농민혁명’ 추가는 좀 뒤늦은 감도 있다.

 

③ 영상 회의 : 정보 통신 용어로 “네트워크로 연결된 통신 기기의 화면으로 상대를 보면서 하는 회의”를 뜻하는 낱말. 동의어로 ‘화상 회의’가 있다. ‘화상(畫像)’보다는 ‘영상(映像)’이 훨씬 일반적으로 쓰이는 낱말인데, 이 역시 좀 뒤늦은 듯하다.

 

④ 고무판·⑤ 나무판 : 둘 다 ‘고무’와 ‘나무’에 각각 ‘판’이 붙이서 만들어진 합성어인데, 이게 왜 이제야 사전에 올랐는지는 이해가 잘되지 않는다. 나무판과 고무판이 요즘 들어서 새로 생긴 말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우리가 써 온 말이 아닌가. 나무나 고무를 “평평하고 넓게 만든 판”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해 온 물건이고, 그 이름인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이 대체로 우리가 쓰는 낱말을 모두 올림말로 올리고 있다고 믿는 건 지나치게 순진하다. 뜻밖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의당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낱말들을 찾을 수 없다. 박일환 시인이 <미친 국어사전>은 바로 그런 사실을 통렬하게 지적하고 있는 책이다. 한자어와 외국어 등 낯선 낱말은 가득한데 정작 내가 찾는 낱말은 실려 있지 않은 것이다. [관련 글 : 수입산해독약도 없다<표준국어대사전>의 배신]

 

2. 뜻풀이 추가·뜻풀이 수정(2건)

 

① 구독(購讀)02 : 기존의 ‘구독’은 “「1」 정해진 기간 동안 책이나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하여 읽음.”의 뜻풀이만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 “ 「2」 신청을 통해 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받아 보거나 이용함.”이라는 뜻풀이를 추가한 것이다.

 

기존의 뜻은 신문이나 잡지 같은 구체적 사물을 이르는 데 쓰였지만, 지금은 ‘온라인 콘텐츠’를 받아보거나 이용하는 것을 포함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 : Over The Top)도 구독하는 시대가 되었다.

 

② 공유(公有)02 : 기존의 뜻은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함”이었으나, 이번 수정에선 이를 “두 사람 이상이 한 물건을 공동으로 소유하거나 이용함”으로 수정하고, “「2」 정보나 의견, 감정 따위를 나눔”이라는 뜻풀이를 추가하였다. 말하자면 시대의 진전에 따라 말뜻이 더 확장된 셈이다.

 

3. 뜻풀이 수정·용례 추가(4건)

 

① 수술(手術)03 : 다소 복잡하고 구체적인 뜻풀이를 간단하게 줄였다.

② 멸균(滅菌) : ‘살균’을 동의어로 풀이한 기존 뜻풀이를 “균을 완전히 없애 무균 상태로 만듦”과 같이 수정했다.

③ 살균(殺菌) : “병원성 미생물 따위의 균을 죽임. 약품에 의한 화학적 방법과 열을 이용한 물리적 방법이 있다.”와 같이 뜻을 보다 구체적으로 풀이하는 형식으로 수정했다. ‘멸균’을 동의어에서 제외했다.

④ 주다01 : 동사 ‘주다’의 뜻풀이에서 “「2」 시간 따위를 남에게 허락하여 가지거나 누리게 하다”를 “「2」 시간이나 공간 따위를 남에게 허용하다”로 수정했다. 용례를 빼고 추가했다.

 

뭐, 별로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확하여야 하는 국어사전의 뜻풀이를 수정하거나 추가하는 건 국어의 관리와 발전에 중요한 사항이다. 잘 음미해 보면 달라진 점이 분명하게 짚일 것이다. 낱말의 뜻을 정확하게 확정하여 이를 적절하게 쓰는 것은 언어생활의 양보할 수 없는 전제고 원칙이다.

 

 

2024. 5. 1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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