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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가을 본색(2) 벚나무 잎사귀에 물든 가을

by 낮달2018 2023.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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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해마다 거듭되는 ‘나무 한살이의 황혼’

*PC에서 ‘가로 이미지’는 클릭하면 큰 규격(1000×667픽셀)으로 볼 수 있음.

▲ 서둘러 잎을 떨구어 버린 벚나무에 매달린 빨간 잎사귀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도발적이다.
▲ 노랗게 가라앉은 벚나무 잎사귀가 들뜬 감정을 가라앉혀 준다.

단풍(丹楓)은 나무가 더는 활동하지 않게 되면서 나뭇잎이 붉거나 노랗게 물드는 현상, 가을의 관습적 표지다. 가을철이 되어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지면 나무는 겨울나기를 위해 나뭇잎과 가지 사이에 잎이 바람에 쉽게 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떨켜 층을 형성하여 나뭇잎을 떨어뜨리기 시작한다.

 

나뭇잎은 햇빛을 받아 만들어 낸 녹말(탄수화물)을 떨켜 층 때문에 줄기로 보내지 못하고 나뭇잎 안에 계속 갖고 있게 된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잎 안에 녹말(탄수화물)이 계속 쌓이게 되면서 엽록소가 파괴된다. 그리고 엽록소 때문에 보이지 않던 카로틴(Carotene)과 크산토필(Xanthophyll, 이상 노란색), 안토시아닌(Anthocyanin, 붉은색)과 같은 색소가 나타나 잎이 물드는 것이다.

 

가을날, 조락에 앞서 노랗게, 빨갛게 물드는 단풍은 해마다 반복되는 나무의 한살이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표지로 여겨진다. 꽃이 먼저든 잎이 먼저든, 나무는 무성해지는 잎을 통하여 자라고, 열매를 맺고, 그리고 마침내 한 해의 순환을 마치는 것이다.

▲ 푸른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몇 잎 남지 않은 벚나무 잎사귀가 마지막 날을 기다리고 있다.
▲ 벚나무 단풍은 푸른색에서 노랑색을 거쳐 마침내 붉게 물든다.
▲ 푸른색, 노랑색, 옅은 붉은색을 한 가지에 드러래고 있는 벚나무 가지.
▲ 벚나무 잎의 붉은빛은 솔잎과 대조하여 더욱 황홀한 빛을 내고 있다. 2022년 11월 2일의 사진이다.

해마다 거듭되는 이들 나무의 한살이는 인간의 일생과 다르지 않다. 그 한살이는 태어나서 유년-소년-청년-장년기를 거쳐 노년에 이른 인간의 시간표와 겹친다. 가장 아름다운 절정의 삶을 마치고 노년, 인생의 황혼기에 다다른 인간과 열매를 맺고 마침내 조락의 시간에 이른 나무의 일생이 만나는 것이다.

 

나무의 한살이를 끝내는 조락에 앞서 보여주는 나뭇잎의 단풍은 황혼에, 노을 속에 타오르며 스러지는 해를 닮았다. 조락에 앞둔 고운 단풍을 바라보며 거기 깊숙이 공감하게 된 것은 노년으로 진입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를 새삼 돌아보게 되어서일까.  맨발 걷기 가는 길에 만나는 이웃 아파트 담장에서 아름답게 물들고 있는 벚나무 잎사귀 단풍을 바라보면서 그런 생각에 잠기곤 한다.

▲ 붉은빛 단풍도 이처럼 곱고 요염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선홍은 이내 어둡고 칙칙하게 바뀌면서 조락으로 이어진다.
▲ 얼마 남지 않은 목숨, 나뭇잎은 조락을 준비한다. 2022년 10월 30일에 찍은 사진이다.
▲ 내가 사는 아파트 앞의 백목련의 단풍. 화려하지는 않지만, 이 노란 단풍도 검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나태주 시인은 ‘단풍’을 ‘죽어가는 목숨들이 / 밝혀놓은 등불’로, ‘다 못 타는 이 여자의 / 슬픔’이라고 노래했다. 그의 시 두 편을 우물거리며 어느새 11월, 성큼 문 앞에 선 겨울의 기척을 듣는다.

 

 

2023. 11. 5.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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