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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안동 이야기

소도시의 촛불 문화제

by 낮달2018 2022.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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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안동지역 촛불 문화제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안동지역 촛불 문화제’가 5월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동안 문화의 거리에서 열렸다. 인구 17만여 명의 조그만 이 농촌 도시가 마련한 촛불 문화제는 더도 덜도 말고 100여 명의 시민과 학생이 모여 아주 조촐하게 치러졌다.

 

한편의 서명대에선 행인들이 발길을 멈춰 자발적 서명에 동참했고, 멀찍이서 지켜보는 시민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을 터였다. 도시가 작다 뿐이지, 경찰이나 교육청과 학교를 통해 이루어지는 통제와 감시는 다르지 않았다. 주말인데도 집회장 부근을 지키는 장학사, 교사들 탓인지 참여한 학생들은 소수에 그쳤다.

 

일요일 집회는 8시가 넘으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참여 시민들이 원을 이루어 노래 몇 곡을 합창하고 후일을 기약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수만의 시민이 운집하는 일이야 수도 서울의 일이고, 크기로는 비교가 되지 않는 인근 대구에서의 집회도 2, 3백명 수준이라면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킨 시민들의 숫자는 넘치도록 많다고 해도 무방할 터이다.

 

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조촐한 집회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은 내연하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다. 지난해 연말, 달콤한 공약들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표를 던졌던 국민은 이제야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던가를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새 정권은 마치 삼십 년 전으로 역사의 시곗바늘을 되돌리려는 위험한 복고주의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팍팍한 삶에 지친 사람들의 희망도 점점 얇아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발언에 나선 초등 아이들 . 얼마나 야무지게 이야기하는지 혀를 내둘렀다 .
▲ 사흘째 행사 끝에 비가 내렸다 . 빗속에서 행사를 계속하는 시민들 .
▲ 마지막 날의 마무리는 원을 지어 서서 노래를 함께 부르는 것이었다 .

 

2008. 5. 1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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