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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판지다’, ‘-엘랑’도 표준어가 되었다

by 낮달2018 2021.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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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2016년 표준어 추가 결과

지난 27일, 국립국어원이 ‘2016년 표준어 추가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6항목의 어휘가 표준어, 또는 표준형으로 인정받았다. 새로 표준어의 지위를 갖게 된 낱말은 ‘걸판지다, 겉울음, 까탈스럽다, 실뭉치, -엘랑, 주책이다’ 등이다.

 

2011년 이후, 네 번째 ‘표준어 추가’

 

1988년 표준어 규정을 고시한 이후, 국립국어원이 2011년부터 표준어 추가를 시행해 오고 있는 것은 국민들이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쓰고 있는 말에 표준어의 지위를 줌으로써 다수 언중의 어휘 선택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조치다.

 

실제 국민이 실생활에서 일상적으로 쓰고 있으면서도 비표준어라는 이유로 홀대해 온 낱말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이번까지 네 차례(2011년, 2014년, 2015년, 2016년)에 걸쳐 추가한 표준어는 고작 69개다. 실제로 이들 외에도 표준어가 되어야 마땅할 낱말들이 적지 않을 듯하다.

 

[표준어 추가 관련 기사]

2011 / 2014 / 2015

이번에 새로 표준어로 인정한 항목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표준어와는 뜻이나 어감이 달라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한 경우로서 모두 4항목이다. ‘실뭉치’, ‘걸판지다’, ‘겉울음’, ‘까탈스럽다’ 등은 현재 표준어인 ‘실몽당이’, ‘거방지다’, ‘건울음’, ‘까다롭다’와는 의미가 서로 다른 것으로 보아 별도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다.

 

한때 ‘멍게’의 표준어는 ‘우렁쉥이’였는데 이 말을 아는 이들은 거의 없었다. “방언이던 단어가 표준어보다 더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그것을 표준어로 삼는다. 이 경우, 원래의 표준어는 그대로 표준어로 남겨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라는 표준어 사정 원칙에 따라 ‘멍게’도 표준어의 지위를 얻었다. 잘 쓰이지 않지만 ‘우렁쉥이’도 여전히 표준어로 남아 있으니 이른바 복수 표준어다.

 

실제로 국어에 관한 관심이 남과 다른 나에게도 ‘실몽당이’나 ‘거방지다’는 낯선 낱말이다. 그러나 ‘실뭉치’나 ‘걸판지다’는 듣는 순간 그게 무얼 말하는지 단박에 느낌이 오지 않는가. 근간을 지키는 범위 안에서 엔간하면 널리 쓰이는 비표준어를 모두 표준어의 범주 안으로 들이는 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다른 하나는 비표준적인 것으로 다루어 왔던 표현 형식을 표준형으로 인정한 경우로서 모두 2항목이다. 표준어인 ‘주책없다’와 ‘-에는’과 같은 뜻으로 널리 쓰이고, 문법적인 오류의 근거도 없는 ‘주책이다’나 ‘-엘랑’을 표준형으로 잡아준 것이다.

 

1960년대에 널리 유행한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 가사에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그동안 이는 비표준형이었으나 앞으로는 표준형으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2011년도에 표준어가 된 ‘-길래’와 비슷한 경우다.

 

‘-기에’의 구어적 표현이지만 사실상 ‘-기에’보다 ‘-길래’가 훨씬 많이 쓰였다. 대중가요의 가사 ‘당신은 누구시길래’는 물론, 텔레비전 드라마 제목도 ‘사랑이 뭐길래’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래아 한글에는 ‘누구시길래’에 빨간 금이 그어진다.)

복수 표준어 추가에는 국어규범정비위원회, 국어심의회 등 여러 단계의 전문가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고 한다.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신중히 처리한다는 뜻이겠다. 그러나 정작 언중들은 표준어 추가의 속내에 대해 별로 ‘까탈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더 넉넉하고 과감하게 표준어를 추가하는 게 필요한 이유는 거기에 있지 않을지.

 

 

2016. 12. 2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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