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한 서식지’의 보편적 가치 인정
한국의 갯벌(서천·고창·신안·보성-순천 4곳)이 그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평가받아 우리나라의 15번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제44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 26일,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을 세계유산목록(World Heritage List)에 등재할 것을 최종 결정했다고 한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갯벌은 ▲서천갯벌(충남 서천) ▲고창갯벌(전북 고창) ▲신안갯벌(전남 신안) ▲보성-순천갯벌(전남 보성·순천) 등 4개로 구성된 연속 유산으로 5개 지자체에 걸쳐 있으며, 모두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세계유산은 문화유산·자연유산·복합유산으로 구분되는데, 이번 한국의 갯벌은 지난 2007년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어 14년 만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등재되는 세계자연유산이다.
한국의 갯벌은 지난 5월,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자연보존연맹(이하 IUCN)이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중요한 서식지’라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유산구역과 완충구역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반려(Defer) 의견을 제시한 바 있었다. 그러나 세계유산협약 가입 194개국 중 투표권이 있는 21개 위원국으로 구성된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에 대해 만장일치로 세계유산에 등재할 것을 결정했다.
한국의 갯벌, 탁월한 보편적 가치 인정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이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라고 평가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재) 한국의 갯벌 세계유산 등재추진단 누리집 참조]
갯벌은 ‘개펄’ 혹은 ‘뻘’ 등으로 불리는, 조류나 강에 의해 진흙이 쌓인 해안 습지다. 갯벌은 크고 작은 만, 석호(潟湖), 강어귀 등 조류의 흐름이 무딘 곳에서 볼 수 있는데 갯벌이 물살이 약한 섬 뒤쪽 등에 많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갯벌은 야생 생물이 서식하는 중요한 지역으로, 다양성의 수준이 특별히 높지 않더라도 많은 수의 개체를 부양한다. 갯벌이 철새들에게 매우 중요한 장소가 되는 이유다. 갯벌의 유지는 해안 침식을 막는 데에도 중요한데, 세계적으로 갯벌은 해수면 상승, 개발 주장, 선착을 위한 준설, 화학적인 오염 등으로 위협받고 있다.
한국은 동해안은 조차가 작고 해안선이 단조로워 갯벌은 거의 없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큰 서해안과 남해안에 넓은 갯벌이 발달하여 있다. 한국의 갯벌은 수심이 얕고 조석 간만의 차가 매우 큰 서해안에 약 83%가 집중되어 있는데,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곳 가운데, 보성-순천갯벌만 남해안이고 나머지는 모두 서해안의 갯벌이다.
갯벌은 단순히 식량을 제공하는 기능 외에도 맑은 공기와 습기 유지, 정화작용 그리고 심미적인 기능이 있다. 연안습지가 훼손되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기능들이 새롭게 부각되는 것은 갯벌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면서다. 실제로 서남해안의 갯벌은 백제시대부터 소금과 쌀을 생산한 전초기지로 활용되고 부를 축적하여 삼국통일의 초석이 되었으며 호남의 예술과 음식 문화의 기반이 되었다.
이러한 갯벌이 훼손되고 파괴된 주요 요인은 ‘매립과 간척’에 있지만, 최근 갯벌을 휴식과 여가 선용을 위한 장소나 관광지로 이용되면서 방문객에 의한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갯벌의 생물서식지를 파괴하고 이용하지도 못할 생물들을 마구 잡아내는 경우가 많다.
갯벌을 놀이공간으로만 인식하는, 왜곡된 생태관광, 환경교육의 폐해다. 이들은 갯벌을 훼손하고 버리고 간 쓰레기가 갯벌의 경관은 물론 생태계 기능을 크게 저해함으로써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이를 바로잡는 노력이 요청되는 이유다.
환경운동연합의 성명과 당부
한편, 우리 갯벌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이 등재가 “반쪽짜리”라며 “가로림만과 한강하구를 포함 북한과 황해 전체 갯벌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그동안 갯벌 보호 노력의 일정한 성과임이 분명”하다면서도 “아쉬움과 부족한 측면도 크다”고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전체 갯벌로 확대” 외에도 연속 유산으로 정의되는 세계자연유산 갯벌들에 대한 통합관리 추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는 갯벌에 대한 추가적인 개발 압력을 관리, 한국의 갯벌은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경로의 보호를 위해 중국 갯벌 세계자연유산과 연계해야 하며, 특히 북한과 갯벌 관리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을 주장하였다.[환경운동연합 성명서]
2021. 7. 2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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