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문제에 이의 제기한 초등학생
오늘 아침에 <한겨레> ‘왜냐면’에는 한 초등학생의 투고가 실렸다. 알다시피 ‘왜냐면’은 <한겨레>에서 ‘시민사회 토론공간으로 제공한 지면’이다. 경남 창녕에 사는 이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쓴 글은 “KBS ‘4대강 스페셜’ 내용 틀렸어요”다.
이 어린이는 7월 5일(원고에는 4일이지만 확인해 보니 5일이 맞다.)에 방송된 한국방송의 ‘일요스페셜’을 보고 그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었다. 나는 초등학생에게 지적당할 만큼 KBS가 또 무리를 했는가 싶었는데, 정작 이 어린이가 지적한 것은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글을 읽고, 어떤 내용인가 궁금해 인터넷에서 확인해 보았다. 이날 방영된 ‘4대강 사업, 득(得)인가 실(失)인가’는 프로그램 소개에 나와 있듯 ‘ 4대강 프로젝트의 중심이 된 낙동강, 영산강의 현재 상황을 점검해보고 강과 사람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다시 보기’로 잠깐 중요한 대목만 훑어보았는데, 일방적으로 정부의 논리를 변호한다든가 하지는 않은 듯했다. 이 어린이가 지적한 것은 방송에서 다룬 것과 ‘낙동강의 현실’이 너무 다르다는 것. 짧은 글에서 이 어린이의 생각을 죄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이 어린이는 방송 내용 중 경북 의성의 지천이 말라서 마늘밭이 영향을 받았다든가, 낙동강 어부가 강의 오염 때문에 살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가뭄 때문인데, 마치 강의 오염이 농민들 때문이라 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는 것이다.
또 방송에서는 어부들을 더 걱정하는 것 같고, 수많은 농부의 생계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소년다운 분노를 표현했다. 그리고 소년은 구미와 대구의 공단에서 폐수를 잘 정화해 내보내면 강은 저절로 깨끗해질 것이라면서 자기 나름의 전망도 제시했다.
그러면서 이 ‘어린 시민’은 한국방송이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정부의 정책홍보 방송이 아니라는 점을 준엄하게 일깨워 주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방송하라는 점잖은 충고를 곁들이면서 글을 맺었다.
글쎄, 어떻게 만화나 컴퓨터 게임에나 빠져 있을 초등학교 6학년짜리 아이가 일요일의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시청했는지, 그리고 그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투고를 할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비록 어설프긴 하지만 나름의 논리를 세우고 있는 글에는 아이다운 결기가 묻어났다.
소년의 글에는 논리적으로 결함이 있고, 일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점도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아이의 이의 제기가 갖는 의미가 바래지는 않을 듯하다. 아이가 이 글을 쓰기 위해서 들인 노력이나 그 과정에서 본인이 깨달았을 성취감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나는 소년이, 그가 쓴 글이 이 어이없는 가치 전도의 시대에 우리가 지금 잊어가고 있는 민주주의를 새롭게 환기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노무현)이라는 명제는 여전히 진실이다. 이 어린 시민의 당돌한 문제 제기는 바로 그런 ‘깨어 있는 민주주의’의 실마리이면서 그 근거가 될 터이기 때문이다.
2009. 8. 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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