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노동자들의 사법처리
장면 # 1
“여러분의 이번 파업은 법률상 위법이다. 그러나 사람을 위해 법이 있는 것이지 법을 위해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권력 있고 돈 많은 몇 사람만을 위한 법은 법이 아니다. 저 산동네 철거민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법이 위반됐다고 집을 뜯는다. 노점상인들은 도로교통법에 걸어 목판을 차버린다. 이렇게 밥을 못 먹게 하는 법은 법이 아니다.”
지난 1988년 당시 한 초선 의원이 작업복을 입고 128일간 파업 중이던 현대중공업 노동자들 앞에서 토해낸 사자후의 한 대목이다. 그 국회의원의 이름은 바로 ‘노무현’.
<프레시안, 윤태곤, 2007. 7. 19. 원문 읽기>
장면 # 2
- 경찰 20일 오전 연행된 이랜드 노동자 167명을 유치장에 입감.
- 경찰, 20일 오전 9시 40분께 홈에버 월드컵점과 뉴코아 강남점에 병력 투입, 168명(여자 124명, 남자 44명)을 현행범으로 체포.
-경찰, 이들을 20개 경찰서에 분산 수용, 업무방해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사법 처리 방침.
<이랜드 농성 해산, 병력 투입 이후>
장면 # 3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슈어프러덕츠에서 18년이 지나도, 와이에이치에서 28년이 지나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아니 달라졌다. 오히려 더 나빠졌다. 한 달, 석 달, 여섯 달짜리 노동자가 되어 온갖 차별을 받으며 일하다 계약 기간이 끝나면 내동댕이쳐지는 일회용 노동자로 살아야 하는 게 요즈음이다.
그래서 부당 해고와 차별을 없애라고 싸울라치면 이건 120여 일은 우습게 1년이 가고 2년이 가고, 낙엽 쌓이듯 세월만 간다. 슈어프러덕츠가 있던 구로공단은 가산 디지털단지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거기 기륭전자 여성 노동자들은 2년 가까이,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여성 노동자들은 5년을 싸운다. 어찌 이 두 곳뿐이겠는가, 여성 노동자들만이겠는가. 일회용품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 장기 투쟁 사업장이라는 이름을 달고 싸우는 노동자들이 곳곳에 있다.
18년, 28년이 지나는 동안 경제는 성장하고 발전했다. 분명 노동자들이 만들어 냈다. 하지만 여성 노동자들은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하고, 하지정맥류에 걸려 가며 힘들게 일한다. 하루 수백이 넘는 고객한테 환한 미소로 꾸벅 절하게 하면서도 계산대에 의자를 놓거나 교대 인원을 충분히 두는 건 생각하지 않는 기업, 주주와 고객은 모셔도 노동자는 모실 줄 모르는 자본주의를 산다.
<한겨레, 박수정, 2007. 7. 13. 원문 읽기>
2007. 7. 2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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