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Window) 10에서 두벌식과 세벌식 바꾸기
컴퓨터에 키보드를 이용하여 한글을 입력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사람들 대부분이 쓰는 ‘두벌식’과 소수의 이용자가 선택하고 있는 ‘세벌식’이다. 그런데 두벌식을 쓰는 이들은 이 ‘두벌, 세벌’의 뜻조차 잘 모른다. 블로그를 열고 얼마 되지 않아서 ‘한글 이야기’를 몇 차례 쓴 것은 그런 생각 때문이었다.
세벌식, 한글 이야기(1)
두벌식 오타, 한글 이야기(3)
내가 1987년에 일찌감치 두벌식에서 세벌식으로 ‘전향(!)’한 것은 한글의 구성 원리와 맞는 글자판을 쓰는 게 국어 교사로서 마땅하다고 여겨서다. 그러나 세벌식을 쓰는 자신이 ‘옳다’는 것과 사용자들이 대부분 두벌식을 쓰고 있는 ‘현실’은 아무 상관이 없다.
세벌식은 한글의 구성 원리 따른 입력 방식
윗글을 쓴 지 10년이 가까워지지만, 현실은 별로 변한 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세벌식을 쓰는 이는 주변에 거의 없다. 내 컴퓨터에 문자를 입력하면서 세벌식 자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이들이 황당해하는 이유도 거기 있다. 분명히 습관대로 자판을 두드리는데 모니터에 입력되는 것은 요령부득의 문자와 기호니 말이다.
한 컴퓨터를 두벌식, 세벌식 사용자가 같이 쓰게 될 때 클릭 한 번으로 두벌식과 세벌식으로 자판을 바꾸어 주는 프로그램이 ‘MS IME용 세벌식 파워업’이다. 세벌식 최종자판 연습 프로그램인 ‘날개셋’을 개발한 김용묵이란 이가 만든 이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바뀔 때마다 제어판의 한글 입력기를 새로이 설정해 주어야 하는 수고를 덜어 준다.
설정 대화상자를 열지 않고도 클릭 한 번으로 두벌식과 세벌식 설정을 맞바꾸고, 아래아 한글 설정까지 똑같이 맞출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내 데스크톱과 노트북 컴퓨터에 깔려 있다. 이 프로그램은 김용묵 누리집[김용묵의 절대공간]에서 거저 내려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가볍고 실하다. 용량이 100kb밖에 되지 않고 설치 없이 곧바로 실행하고 삭제할 수 있는 무설치·포터블 형태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IME(Input Method Editor : 입력기)에 쓰는 ‘세벌식 파워업’을 개발자는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MS IME용 세벌식 파워업
세벌식은 현행 표준인 두벌식보다 손이 편하고 능률적이고 한글의 원리에도 맞는 우수한 글자판입니다. 그러나 부당하게 표준에서 밀려나고 사용자가 적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윈도 환경에서 세벌식을 좀 더 편하게 익히고 쓸 수 있게 하기 위해 세벌식 자판과 관련된 여러 유용한 기능들을 하나로 묶어 제공합니다. 특별히 운영체제의 기본 한글 입력기의 동작과 관련된 기능이 여럿 있습니다.
나는 윈도 XP에서부터 이 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윈도7로 운영체제가 바뀌면서 한번 삐끗했다. 예전과 달리 이 전환이 매끄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묵은 버전이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았는데 여러 번 실패 끝에 제대로 쓸 수 있었다. 사용자는 아주 편리하게 쓰면서도 개발자가 체제에 맞추어 업그레이드하는 건 잊고 있기 쉽다.
얼마 전에 노트북 운영체제를 윈도10으로 바꾸었다. ‘세벌식 파워업’을 깔았는데, 역시 자판 전환이 잘되지 않았다. 그러나 혼자서 쓰는 물건이니, 하고 아쉬운 대로 세벌식으로 고정해 써 왔다. 그러다 어저께엔 데스크톱도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하게 되었다.
컴퓨터는 아내도 가끔 쓰는 형편이니 ‘세벌식 파워업’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구글에 ‘윈도10’과 ‘세벌식’을 검색해도 마땅한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짚이는 게 있어 개발자 누리집에 갔다가 나는 무릎을 쳤다.
‘MS IME용 세벌식 파워업’
프로그램 이름은 그대로였지만 이 프로그램은 기능을 추가하고 문제를 해결해 온 것이었다. 나는 우선 묵은 프로그램을 지우고 최신 버전을 내려받았다. 개발자의 프로그램 설명서를 읽는데 머릿속에 불이 번쩍 들어왔다.
두/세벌식 자동 전환
※ 주의: 이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전에, MS IME 설정 대화상자를 직접 이용해서 수동으로 글자판 전환을 한두 번 정도 해 놓으시길 권합니다.
MS 한글 IME는 운영체제 및 오피스의 버전별로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레지스트리 위치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제 프로그램도 거기에 맞춰서 동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자판 전환이 잘되지 않거나 바꾼 설정이 다음 재부팅 때 보존되지 않는 현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윈도7부터 헷갈리고 전환이 매끄럽지 못했던 이유를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나는 윈도7보다 훨씬 복잡한 방식의 ‘MS IME 설정’ 대화상자를 직접 이용해서 수동으로 글자판을 몇 차례 바꾸어 주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실행하여 ‘자판 자동전환’ 가운데 ‘두벌식-390교대’(세벌식은 ‘390’과 ‘최종’ 자판 두 개가 있다. 나는 390을 쓰고 있다.)를 선택했다. 결과는 물론 성공이다. 아이콘을 눌러줄 때마다 자판은 정확하게 두벌식과 세벌식으로 바뀌었다.
결국, 내가 실패를 거듭한 것은 업그레이드하지 않은 묵은 버전을 썼거나 해설을 제대로 읽지 않고 프로그램을 다룬 결과였던 셈이었다. 이 한심한 경험담을 기록하는 것은 전적으로 세벌식 자판 사용자들이 나처럼 실패를 거듭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2016.2.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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