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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편찮으시고’ ‘팔’은 ‘아프시다’

by 낮달2018 2020.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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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일부이거나 통증일 때는 ‘아프시다’

▲ 신체 일부를 가리킬 때도 병을 앓을 때는 '편찮다'를, 통증일 경우 '아프시다'를 쓴다.

‘아프시다’도 높임말이다

 

2010년에 나는 ‘아프다’에 대응하는 ‘편찮으시다’는 동사의 쓰임새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한 글을 썼다. 교사들에게 ‘아프시냐’고 천연덕스럽게 묻는 아이들에게 그렇게 말하지 말고 ‘편찮으시냐’고 말하는 게 옳다고 가르치면서도 머리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어말어미 ‘-시’를 통해 주로 실현되는 ‘주체높임’은 가끔 ‘계시다, 잡수시다, 편찮으시다, 돌아가시다’와 같은 특수 동사를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계시다’ 같은 경우는 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씀이 계시다’와 같이 마구잡이로 쓰이는 경향이 있는데 ‘편찮다’는 쓰임새가 확 줄었다.

 

아이들뿐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나 각종 프로그램에서도 ‘편찮다’를 쓸 자리에 ‘아프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쓰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이어지는 데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나 싶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았다.

 

결론은 “‘아프다’의 높임말은 ‘편찮(으시)다’는 물론이고 ‘아프시다’도 쓸 수 있다.”이다. 내가 지나치게 ‘편찮다’에 집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실제 말이 쓰이는 환경에서 두 낱말은 선택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편찮다’는 ‘편하지 아니하다’가 준말이다.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①‘(사람이나 그 몸이) 병 따위로 괴롭다’, ②‘(사람이 몸이나 마음이 또는 어떤 일을 하기가) 거북하거나 괴롭다.’는 뜻이다.(<다음 한국어사전>) 주체높임에 쓰는 뜻은 ① 이다.

 

‘편찮다’는 ‘계시다’나 ‘잡수(시)다’와 달리 ‘윗사람’에게 쓰는 말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낱말 자체가 높임의 특수 어휘라고 볼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을 아랫사람에게는 쓰지 않고, 선어말어미를 붙여(‘편찮으시다’) 주체높임의 문장에 써 왔다.

 

주체높임의 특수 어휘인 ‘계시다’나 ‘주무시다’는 어간에 분리할 수 없는 ‘시’가 들어 있다. 그러나 ‘편찮다’는 언어생활에서 ② 의 뜻으로 쓰일 때를 제외하면 ‘잡수다’나 ‘돌아가다’처럼 ‘-시’를 붙여서 쓰인다. 이 점도 특수 어휘라고 보는 걸 망설이게 해 주는 요소다.

 

‘몸’은 ‘편찮으시고’ ‘팔’은 ‘아프시다’

‘아프다’와 ‘편찮다’의 쓰임과 간접 높임에도 주체높임의 특수 어휘를 쓸 수 있느냐는 시민의 질문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편찮으시다’와 ‘아프시다’를 써야 하는 상황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몸’에 대해서는 주로 ‘편찮으시다’를 써서 “몸이 편찮으세요?”와 같이 쓰고, ‘몸의 일부’에 대해서는 아픈 것이 병을 앓는 차원인 경우에는 ‘편찮으시다’를, 통증을 느끼는 차원인 경우에는 ‘아프시다’를 쓰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습니다.

 

따라서 “할머니는 머리가 편찮으시대.”라는 표현보다는 “할머니는 머리가 아프시대.”와 같이 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간접 높임 표현에서 주체 높임의 특수 어휘를 쓸 수 없다는 것은 “선생님은 따님이 있으시다.”라고 하지 “선생님은 따님이 계시다.”라고 하지 않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편찮다’를 높임의 특수 어휘로 본다면 마찬가지로 간접 존대의 상황이라 ‘다리가 편찮으시다’는 ‘다리가 아프시다’로 고쳐야 하는 것이 됩니다.

 

문법적으로 ‘(몸이) 아프시다’, ‘다리가 편찮으시다’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현실적으로는 ‘(몸이) 편찮으시다’, ‘다리가 아프시다’가 많이 쓰입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윗사람에게 ‘편찮으시다’와 ‘아프시다’를 다 쓸 수 있다.

· ‘몸’ → ‘편찮으시다’ 예 :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자주 전화를 드린다.

· ‘몸의 일부’

- 병을 앓는 차원 → 선생님은 속이 편찮으시다. 할아버지는 어디가 편찮으신가요?

- 통증을 느끼는 차원 → 아버지께선 치통으로 이가 아프시대.

· 간접 높임 표현에선 ‘아프시다’가 자연스럽다. 예 : 어머니는 무릎이 아프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글쎄, ‘아프다’와 ‘편찮다’의 쓰임새가 변화해 온 건지, 아니면 원래 쓰임새를 내가 잘 알지 못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말의 뜻과 쓰임새는 고정되지 않고, 시간과 함께 변화해 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2017. 8. 3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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