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향수2

마지막 동행, 정지용 문학기행 퇴직 앞두고 아이들 문학기행에 인솔 교사로 참가하다 시월의 마지막 날에 아이들을 데리고 정지용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1·2학년 마흔 명에다 지도교사로 네 명의 국어 교사가 동행했는데, 나는 거기 묻어갔다. 같이 가겠느냐는 동료의 권유에 망설이지 않고 그러겠다고 한 것은 그게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마지막 여행일 것 같아서였다. 마지막 동행, 지용 문학기행 학교 예산으로 치르는 행사였지만 생각보다 아이들 반응은 미지근했다. 토요일이었지만 학원 수강 등을 이유로 참여를 주저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사내아이들이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아이들이 이 입시 체제에 너무 잘 길들었기 때문일까. 아이들은 눈앞의 이해에만 매달릴 뿐, 새로운 체험에 대한 호기심마저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다. 문학 교과서마다 정지용의 시.. 2020. 11. 9.
밀밭 속에 남긴 황홀한 젊음 - 황순원의 ‘향수’ 황순원의 초기 시 ‘향수’ 시골에도 사랑은 있다. 하긴 사람이 사는 곳인데 사랑 없는 데가 어디 있으랴! 아니다, 시골에도 로맨스가 있다고 쓰는 게 더 정확하겠다. 사람이 있고 삶이 있으니 거기 로맨스가 있는 것 역시 ‘당근’이다. 그 전원에서 이루어졌던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 시골의 사랑, ‘밀밭의 사랑’ 뜬금없이 ‘전원의 사랑’ 운운하는 이유는 황순원의 시 ‘향수’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황순원의 단편소설 ‘물 한 모금’을 공부했다. 작가를 소개하면서 나는 그가 쓴 초기 시 몇 편을 들려주었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중학교 때던가, 우리 집에는 자줏빛 하드커버의 이 있었다. 거기서 읽은 그의 시 두 편이 기억에 남아 있다. ‘빌딩’이라는 한 줄짜리 시와 ‘향수’가 그것이다. ‘.. 2019.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