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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친절2

병원 나들이, 의사와 환자 환자와 의사의 신뢰 관계 환자에게 의사 선택권이 있는가. 형식적으로만 보면 답은 ‘있다’이다.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 혹은 그 방면의 전문가인지에 대한 정보를 기초로 환자들은 의사를 찾아 길을 나선다. 이 나라 안에 숱한 대학병원, 종합병원에 있는 ‘특진’은 그 선택의 최종 도착지다. 진료는 불과 몇 분에 그치지만 환자는 예의 대단한 명의를 만났다는 것으로도 상당한 위안을 얻을 수 있다. 특진료는 그 ‘위안’에 대해 지급하는 돈이기도 하다. 일반진료보다 훨씬 비싼 진료비를 물면서 환자들이 특진에 집착하는 것은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명의를 통하여 자기 신병이 나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고자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것은 바꿔 말하면 대부분 환자가 주변의 의사들에게서 그런 확신을.. 2021. 4. 17.
하이힐, 혹은 근원적 여성성 '빼딱구두'의 근원적 여성성 어릴 적에는 하이힐을 ‘빼딱구두’로 불렀다. ‘빼딱’은 의태어 ‘빼딱하다’의 어근인데 그게 하이힐이란 놈의 좀 요상한 구조를 가리키면서도 그런 구두를 신는 여성 일반을 바라보는 ‘삐딱한’ 태도를 이르기도 하지 않나 싶다. 하이힐을 위태하게 신고 치마 안의 팽팽한 엉덩이를 뒤뚱거리며 걷는 이른바 ‘하이칼라’ 여성들을 바라보면서 그 시절 사람들은 이 첨단의 유행에 대한 일종의 적의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빼딱구두’의 추억 저런 모양의 신발을 신고 어떻게 걷나 싶을 만큼 독특한 구조를 가진 그 구두를 신고 늠름하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첨단의 유행을 소화해 낼 수 있다는 능력을 의미하는 거였다. 당연히 이들이 하이힐을 신어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걸음걸이 자세―무게중심이 발 앞에 쏠리.. 2019. 7.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