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조해일2

새해에 듣는 노래, ‘갈 수 없는 나라’ 조해일의 노랫말, 해바라기의 노래 ‘갈 수 없는 나라’ 2011년 새해 첫날, 1면에 실린 사진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연평도에서 태어나서 평생을 살아온 한 할머니가 천주교 연평도 성당에서 주름진 두 손으로 드리는 기도의 사진이다. 그 기도는 물론 평화와 안전을 비는 것이었을 것이다. 35면 사설은 “평화, 우리 모두의 가슴에 꽃피워야 한다”였다. 소제목까지 붙인 이 사설에는 가 일관되게 추구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에 대한 염원이 오롯이 실려 있었다. 천천히 사설을 읽어 가는데 1면의 할머니가 주름진 손으로 올리는 기도의 장면이 아주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듯했다. 사설은 지난해 연평도에서의 군사적 충돌 이후 계속되는 대치와 위기상황을 지적하면서 시방 한반도에 필요한 것은 남북 간 평화와 화해라고 힘주어.. 2020. 1. 12.
노래여, 그 쓸쓸한 세월의 초상이여 유년 시절에 만난 대중가요, 그리고 세월 초등학교 6년을 유년기(幼年期)로 본다면, 나는 가끔 내 유년이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의 시기가 아니었나 하고 의심하곤 한다. 무슨 턱도 없는 망발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소리’를 ‘음성’이 아니라 일정한 가락을 갖춘 ‘음향’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매미 소리와 택택이 방앗간 소음의 유년 앞뒤도 헛갈리는 기억의 오래된 켜를 헤집고 들어가면 만나는 최초의 소리는 매미 소리다. 초등시절, 여름 한낮의 무료를 견딜 수 없어 나는 땡볕 속을 느릿느릿 걸어 집 근처의 학교 운동장을 찾곤 했다. 지금도 혼자서 외로이 교문을 들어서는 내 모습이 무성영화의 화면처럼 떠오른다. 거기, 오래된 단층 슬라브 교사, 운동장 곳곳에 자라고 있는 잡초들, 그리고 탱자나.. 2019.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