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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용2

하동 평사리, 그 ‘허구와 현실의 경계’에 서다 박경리 대하소설 의 배경을 찾아서 하나 마나 한 얘기지만 소설은 허구(fiction)다. 그것은 단순한 ‘현실의 모사나 재현’이 아니라, 작가가 창조하는 현실의 ‘재구성’이고 ‘재창조’이다. 그 재구성된 현실이 도저한 삶보다 뒤처지는 일도 없지 않지만, 이 개연성 있는 허구는 때로 현실 속으로 깊숙이 들어와 현실과 허구와의 경계를 허물어 버리기도 한다. 또 작가가 창조해 낸 인물과 그 삶은 마치 현존 인물처럼 우리 주변에서 생생하게 살아 있기도 해서 사람들은 그들이 살았던 땅과 거리 등에서 그들의 흔적과 체취를 날 것 그대로 느끼기도 한다. 남도의 벌교나 보성 등지를 여행하면서 의 독자들은 김범우뿐이 아니라 염상구가 활보했던 거리와 기찻길 따위를 아주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을 터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소.. 2019. 8. 22.
노래여, 그 쓸쓸한 세월의 초상이여 유년 시절에 만난 대중가요, 그리고 세월 초등학교 6년을 유년기(幼年期)로 본다면, 나는 가끔 내 유년이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텍스트의 시기가 아니었나 하고 의심하곤 한다. 무슨 턱도 없는 망발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소리’를 ‘음성’이 아니라 일정한 가락을 갖춘 ‘음향’이라고 하면 설명이 될까. 매미 소리와 택택이 방앗간 소음의 유년 앞뒤도 헛갈리는 기억의 오래된 켜를 헤집고 들어가면 만나는 최초의 소리는 매미 소리다. 초등시절, 여름 한낮의 무료를 견딜 수 없어 나는 땡볕 속을 느릿느릿 걸어 집 근처의 학교 운동장을 찾곤 했다. 지금도 혼자서 외로이 교문을 들어서는 내 모습이 무성영화의 화면처럼 떠오른다. 거기, 오래된 단층 슬라브 교사, 운동장 곳곳에 자라고 있는 잡초들, 그리고 탱자나.. 2019.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