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기관의 공조1 기억과 망각, 그 길목에서 휴대용 USB 지니고 다니기 얼마 전 내 초임 시절에 내리 세 해를 내게서 국어를 배웠던 여제자 둘이 여길 다녀갔다. 올해에 불혹을 맞은 이 친구들은 각각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교직의 동료이면서 이른바 ‘같이 늙어가는’ 처지인지라 이들과 나의 관계는, 말하자면 ‘사제동행’인 셈이다. 건망증이 잦아졌다 각각 아이 둘을 둔 어머니가 되어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이해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넉넉하고 아름다웠다. 말하자면 그것은 일종의 편안함이다. 굳이 제자이기보다 편안한 옛 친구 같은 분위기를 나는 느낀 것이다. 며칠 후 두 사람으로부터 전자우편이 날아왔다. 똑똑한 내 메일 프로그램은 한 친구의 편지를 휴지통에 보냈는데, 휴지통을 정리하다 나는 잠깐 머리를 갸웃거렸다. ‘정희 ○(성씨).. 2020. 2.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