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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시 낭송3

시인은 생각의 길마저 끊어진 그 ‘높고 푸른 거기’ 가고 싶다 김지섭 시집 『어디 어찌 그것뿐이랴』 김창환 선생 10주기 추모식에서 김지섭 선생을 뵈었다. 2019년 5월, 내 출판 기념회에 와 주셔서 뵙고 어언 4년 만이다. 선생님은 김창환 선생보다 2년 위시니 우리 나이로 일흔일곱, 내게 9살 연상이시다. 언제나처럼 차분해 뵈는 모습이었으나, 여든에 가까이 이른 세월의 자취는 지우기 어려운 듯했다. 경황 중에 하직 인사도 못 드리고 돌아왔는데, 그날 밤 지난해 낸 시집을 보내주겠다면서 전화를 주셨다. 그리고 며칠 후에 우편으로 시집이 왔다. 그러나 시집을 받아놓고도 며칠 동안이나 책을 펼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그것은 순전히 ‘시를 읽을 준비’가 되지 않아서였다. ‘시 읽기’의 어려움, 혹은 그 준비 대체로 문학도들은 시를 끄적이면서 문학에 입문하는 듯하지만, .. 2023. 3. 17.
성내운의 목소리로 듣는 신동엽 시인의 ‘진달래 산천’ 고 성내운 교수의 을 들으며 성내운 교수의 시 낭송은 여느 사람의 것과는 다르다. 그의 목소리는 옷깃을 여미게 하는 비장감으로 다가오는가 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격동하는 감정의 분출을 뜨겁게 느끼게 하기도 한다. 그는 김구와 장준하와 문익환의 사자후를 대신 토하기도 하고 신동엽과 고은, 조태일과 김지하의 시를 읊조리며 우리를 당대의 가장 뜨거운 현장으로 이끌기도 한다. 나는 저서를 통해 그를 알았지만, 그가 뜨거운 낭송의 주인공이었다는 것은 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알았다. 어떤 경로였는지, 그의 시 낭송 1집 테이프가 내 손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는 1989년 12월에 세상을 떠났다. 89년이라면,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을 내걸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출범한 해다. 교육지표 사건이 아니더라도 전교.. 2020. 3. 12.
8·15를 위한 북소리 성내운 교수의 목소리로 듣는 정희성 시 ‘8·15를 위한 북소리’ 고 성내운(1926~1989) 교수의 목소리로 정희성의 시 ‘8·15를 위한 북소리’를 듣는 아침이다. 광복 74돌을 맞지만, 여전히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분단의 질곡 속에 우리는 ‘부자유’하다. ‘식민주의’와 그 ‘괴뢰(꼭두각시)’, ‘압제자’와 ‘이방인’, 그리고 그 ‘추종자’들의 평화 속에, 그들의 풍요한 ‘부동산’과 안락한 ‘잠’, 그들의 ‘음모’ 앞에 우리의 ‘꿈’과 ‘사랑’은 ‘슬픔’으로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우리들 ‘형제’의 ‘몸’과 ‘영혼’을 던져 저 북을 울리면 ‘새벽’이 오고 ‘해’가 떠오르며 ‘새로운 하늘과 땅’을 경배하리라. 아직 그날은 오지 않았다. 그날이 오면, ‘겨울’이 가르쳐 준 모든 ‘언어’, 모든 ‘.. 2019.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