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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슬림하다2

[한글 이야기] ‘불여튼튼’에서 ‘빼박캔트’까지 언어의 이종교배(한자, 영어와 결합한 한글) 한 민족이나 국가 단위의 고유 언어가 오랜 역사를 통하여 그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교통과 통신 사정이 오늘날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는 전근대에도 이민족의 언어가 유입되면서 이런저런 언어적 변화가 이어졌으니 말이다. 그 변화의 으뜸은 외국어에서 빌려와 마치 우리말처럼 쓰는 외래어 가운데서 오랜 세월이 지나 자연스럽게 우리말이 된 낱말인 ‘귀화어(歸化語)’다. ‘붓, 먹’(중국), ‘부처’(인도), ‘보라매, 송골매, 수라’(몽골), ‘냄비, 구두, 가마니’(일본), ‘담배, 빵’(포르투갈), ‘가방’(네덜란드) 등 외래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익숙해진 낱말이 바로 귀화어다. 본래 ‘새말[신어(新語), 신조어(新造語)]’은 .. 2019. 10. 14.
[한글 이야기] ‘슬림(slim)하고 샴푸(shampoo)하다’? 한글과 영어의 ‘이종교배’ 십여 년 전 일이다. 휴대전화를 새로 바꾸었는데 이 물건이 좀 얇고 날씬한 놈이었다. 이를 본 젊은 여교사가 탄성을 질렀다. “야, 슬림(slim)하다!” 언젠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았는데 이발을 끝낸 미용사가 내게 정중하게 물었다. “샴푸(shampoo)하실래요?” 나는 접미사 ‘-하다’를 영어와 그렇게 붙여 써도 된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된 느낌이었다. 우리말 ‘조어법(造語法)’(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법)의 큰 줄기는 파생법과 합성법이다. 단어를 형성할 때 실질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중심 부분을 ‘어근(語根)’이라 하는데 이 어근에다 접사(어근에 붙어 그 뜻을 제한하는 주변 부분)를 붙여서 만드는 게 파생어니, 파생법은 이 파생어를 만드는 방법이다. 어근에다 새로운 어근을 .. 2019.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