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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세책점2

19세기 서울의 춘향전, <남원고사(南原古詞)> [서평] 19세기 서울의 춘향전, 을 비롯한 이른바 판소리계 소설은 조선 후기 평민 의식의 성장이 빚어낸 서민문학의 결정판이다. 이들이 국민 문학(소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 아이들은 배밀이로 방바닥을 길 때부터 울긋불긋한 그림책에서 춘향이와 어사또를, 심청이와 뺑덕어미를, 그리고 흥부와 ‘다리 부러진 제비’를 만나기 시작한다.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동화 형태로 예의 이야기를 읽게 되고 중고등학교에서는 일부이긴 하지만 그 원문을 배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 줄거리는 뚜르르 꿰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야기의 구체적인 전개, 그 세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한글 고전소설의 묘미가 삼척동자(!)도 다 아는 뻔한 줄거리에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2020. 8. 6.
열혈 여성 독자들, 조선 후기사회를 흔들다 [서평] 이민희 지음 ‘소설’은 무엇인가, 아니 좀 더 쉽게 얘기해 보자. 대체 ‘이야기’란 무엇인가. 처음으로 소설이 유통되던 조선조 후기사회에서 그것은 어떤 느낌으로 독자들에게 다가갔을까. 그들에게 소설은 어쩌면 극적으로 구성된, 그리고 남몰래 들여다보는 ‘타인의 삶’ 같은 건 아니었을까. 완고한 성리학의 세계관과 규범 아래서 억압적 일상에 묻혀 있던 18세기의 조선 사람들, 특히 사대부가의 부녀자들에게 소설은 마치 ‘상상으로만 저지르는 염문’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것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 사회를 달구었던 소설 열풍을 설명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처음으로 소설을 만나 그 낯선 세계에 코를 박았던 초등학교 적의 어느 날, 그 조바심의 시간을 기억하며 이민희(아주대 교양학부 .. 2019.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