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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선풍기2

“맙소사, 이건 우리 집 내력이네요.” 버릴까 말까, 21년 된 선풍기 한낮 날씨가 더워지면서 창고에서 선풍기를 꺼냈다. 선풍기는 모두 세 대다. 둘은 이태 전과 오륙 년 전에 각각 산 놈이니 아직 생생한 편이지만, 나머지 하나는 연륜이 만만찮다. 그게 언제쯤 산 건가, 가만있자, 산 시기가 너무 까마득하다. 초임 학교인 경주 인근의 여학교에서 근무하던 때였다. 전세 120만 원, 단칸방에서 3년을 살다 방 두 개에 입식 부엌이 있던 양옥으로 옮기고 산 놈이니, 정확히 1987년에 산 것이다. “맙소사, 아빠 21년이에요.” 저녁을 먹으면서 고물 선풍기가 시원찮은데 버리나 마느냐며, 내외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얼마나 묵었냐’고 물어 대답했더니 딸애가 입을 딱 벌리고 보인 반응이다. 아내는 우리 집을 ‘골동품 공화국’이라 이른다. 그 수명이 .. 2020. 2. 27.
‘호작질’과 ‘저지레’ - 정겨운 우리말 ① 손장난? 아니 ‘호작질’ 선친께선 목수셨다. 일생을 전업의 목수로 사신 건 아니고, 젊은 시절 한때 나무를 만지셨다. 아버지께선 지금은 없어진 고향 집을 지으셨고 내 어릴 적 우리 집 곳곳에 있던 나무로 만든 가구들도 대부분 당신께서 손수 다듬으셨다. 방앗간과 대문간 그늘에 짜놓은 커다란 평상이나 길쭉한 나무 의자는 물론이거니와 왕겨를 때던 부엌마다 비치된 소쿠리도 아버지께서 만드신 거였다. 왕겨나 재를 담아내던 손잡이 달린 그 소쿠리는 바닥은 함석으로 손잡이는 나무로 만든 거였는데 용도에 따라 크기도 여러 가지였다. 때로 아버지께선 긴히 소용에 닿지 않는 것도 금방 뚝딱 만들어 내시곤 했는데, 그걸 만드실 때 누군가가 무얼 하느냐고 물으면 좀 겸연쩍으신지, “뭐 호작질 삼아서…….”하고 얼버무리시곤 했.. 2020. 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