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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산행2

꽃은 ‘때가 되어야 핀다’ 다시 만난 ‘나의 산’, 북봉산 지난 8월에 산 아래로 돌아와서 북봉산을 다시 만났다. 5년 전에 만났던 산이지만 지금 내게 북봉은 옛사람의 표현을 빌리면 “산은 옛 산이로되 예전의 그 산이 아니로다.”이다. 북봉산이야 물론 5년 전이든 지금이든 똑같이 거기 있는 산일 뿐이다. 지각변동이 일어나지 않는 한 산이 변할 리는 없으니 말이다. 내가 그 ‘산에게로 갔다’ 변한 것은 그것을 바라보는 자신이다. 무엇이 묵은 산을 새롭게 바라보게 했을까. 다섯 해 전에 만난 그 산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스치는 산에 지나지 않았다. 가뭄에 콩 나듯 거기 오르긴 했지만, 그 산을 어떠한 방식으로도 나는 자신과 이으려 하지 않았다. 변화는 다시 그 산자락에 남은 삶을 부리고, 서재 이름을 ‘북봉재(北峯齋)’라고 붙이면.. 2020. 9. 30.
[쑥골통신] 유년의 시장기와 청미래덩굴 열매 쑥골에서 부치는 편지 내가 사는 동네가 ‘봉곡(蓬谷)’입니다. ‘쑥대’가 많아 ‘다봉(多蓬)’이라고 불렀다는데 봉곡은 한자를 풀면 ‘쑥골’입니다. 이 편지를 ‘쑥골에서 부친다’고 쓰는 까닭입니다. 에서는 대여섯 편을 썼는데 티스토리로 와서는 한 편도 쓰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의 여유가 모자라서입니다. 한갓진 일상을 두서없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이 편지를 씁니다. 우선 묵은 글을 올리고, 때가 되면 새 글도 쓰려 합니다. 굳이 경어체를 쓰는 이유는 자신을 아주 낮은 자리에 매겨서 스스로 겸허해지고 싶어서입니다. 경어체의 서술은 일상을 넘는 울림이 있지요. 신영복 선생의 산문이나 도종환의 시를 떠올려 보십시오. 선생의 산문은 담담하면서도 웅숭깊은 성찰의 기록입니다. 장중한 경어체의 서술을 통해서 선생의.. 2019. 6.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