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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담임2

다시 맞는 봄, 3월 2010학년도가 시작됐다 2010학년도가 시작되었다. 의례적인 문투라면 ‘대망의 2010 어쩌고’라고도 할 수 있을 테지만, 2010학년도는 내게 ‘슬그머니’ 그 민얼굴을 내밀었다. ‘슬그머니’라고 표현한 까닭은 올해도 꼼짝없이 담임을 덮어쓰고 말았기 때문이다. 2009학년도를 마치면서 나는 지난 3년 동안의 담임에서 놓여난다는 사실에 은근히 설레고 있던 참이었다. 학급과 아이들에게서 벗어난 여유와 한가로움을 어떻게 즐길까 하는 고민은 그것만으로도 신나는 일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그러나 '미리 마신 김칫국'은 썼다. 내가 ‘비담임’에서 ‘담임’으로 급전직하(!)한 경위는 다음과 같다. 우선 학교별 교원의 ‘정원 조정’이 있었다. 현행 교원 수는 법정 정원에 훨씬 못 미치는데도 올해도 어김없이 감원이 이루.. 2021. 3. 8.
삼월, 그리고 서설(瑞雪) 3월 내린 상서로운 강설 개학 첫 주,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장 길고 힘든 주일이 계속되고 있다. 수업하고 돌아오면 소소한 일거리가 끊이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 낯선 아이들은 복도를 지나며 씩씩하게 인사를 해대지만 정작 어느 녀석이 어느 녀석인지 구별할 수조차 없다. 다시 2학년이다. 나는 잠깐만 망설였다. 이번엔 구체적으로 문과반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과반이 한반 늘면서 문과의 끝 반인 4반을 맡았다. 아이들은 서른셋. 작년의 스물다섯에 비기면 여덟 명이 많을 뿐이지만. 교실이 꽉 찬 느낌이고, 사흘째지만 아이들 얼굴을 익히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이웃 반에는 저희가 중1 때 특별활동을 하면서 얼굴을 익힌 아이가 몇 있지만, 우리 반엔 나와 연이 있는 아이가 전혀 없다. 어저께 아이들 자기소개서를 읽다.. 2021.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