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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남학교2

좋은 이웃, 혹은 제자들(2) 복직 이후의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 해직 5년은 내 삶에서 일종의 변곡점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이른바 ‘아스팔트’ 위의 교사로 쪼들리며 산 세월이었지만 마음만은 부자였던 시절이었다. 복직도 승리의 전망도 별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 시절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젊음 때문이었다. 5년 만의 복직, 다시 만난 아이들 1994년 3월에 나는 경북 북부지역의 한 시골 중학교에 복직했다. 막상 학교로 돌아왔지만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동료가 ‘중증’이라고 표현할 만큼 내 의식과 현실은 어긋나기만 했다. 그러나 거기서 지낸 2년도 잊을 수 없다. 고비를 넘을 수 있었던 것은 동료들의 지지 덕분이었던 것 같다. 서른아홉, 젊다면 젊었고 아이들은 순수했다. 첫해는 담임 없이 수업만 했고 이듬해는 학기 중간에 1.. 2019. 3. 22.
좋은 이웃, 혹은 제자들(1) 이웃이 된 제자들(1) 한 5년쯤 될까. 교직에 들어 한동안은 ‘제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어쩐지 ‘제자’라는 말을 올리는 게 민망해서였다. ‘제자’라는 말의 상대어는 당연히 ‘스승’이다. 그런데 아이들을 ‘제자’라고 말하려면 내가 ‘스승’이 되어야 하는데 그럴 자신이 통 없었던 까닭이다. 그런데 교사들 대부분은 그런 자격지심과 무관한 일상어로 이 낱말을 쓴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무심히 제자를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예사롭지 않은 자격지심이 멀쩡한 동료를 능멸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다. ‘스승과 제자, 혹은 교사와 학생’ 사이 그래도 ‘스승’을 입에 올리는 것은 서른 해를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쉽지 않다. 모든 교사에게 ‘스승의 날’은 언제나 부담스러워 피하고.. 2019.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