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전교조14

보길도, 잃어버린 젊음과의 조우(遭遇) 18년 만에 다시 찾은 섬, 보길도 대저 여행의 묘미는 ‘떠남’에 있다. 그것은 일상과 그 책임으로부터, 삶과 일터의 갖가지 곡절과 그 완고한 도덕률로부터의 ‘이탈’이고 ‘격리’이다. 실명의 드러난 삶에서 익명의 숨겨진 삶으로의, 아주 자연스러운 자리바꿈이다. 차표를 사거나, 가방을 챙기고 승용차의 시동을 거는 순간, 낯익은 거리와 골목, 오래 알아 온 사람과 사람, 익숙한 의무와 책임으로부터 일탈이 시작되는 것이다. 열여덟 해 전에 그랬듯, 아내와 함께 나는 보길도를 향해 길을 떠났다. 낡은 승용차에 내비게이션을 달고 딸애의 배웅을 받으며 익숙한 도시를 빠져나오면서 아내는 얼마나 설레었을까. 보리암, 향일암, 선암사, 보성 차밭 같은 목적지들과는 달리 보길도는 아내는 물론이거니와 내게 각별한 추억의 섬.. 2019. 9. 20.
31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납니다 학교를 떠나며 ① 오는 2월 마지막 날짜로 저는 지난 31년의 교단생활을 마감하게 됩니다. 어떤 형식의 끝이든 감회가 없을 수 없지요. 지난해 세밑에 쓴 기사(서른넷 풋내기였던 나, 학교에서 잘리다)에 저는 떠나기 전에 정리가 필요할 듯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학교에 머물 날이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저는 여전히 궁싯거리고만 있습니다. 정리하고 마무리하자고 자신에게 되뇌곤 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어서지요. 무엇을 정리하고 무엇을 마무리해야 하는지가 다만 어지러울 뿐입니다. 31년(1984.3.1.~2016.2.28.)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셈법입니다. 1989년 9월부터 1994년 2월까지의 공백, 4년 반은 기실 우리에겐 ‘잃어버린 시간’이기 때문이지요.. 2019. 2.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