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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세월호9

‘유감’과 ‘사과’, 혹은 ‘사고’와 ‘참사’ 사이 ‘어휘’는 화자의 내심과 의도를 드러낸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10.29.)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 여론을 데우고 있다. 재난관리 주무 부서의 책임자이지만, 참사를 바라보는 그의 시각은 정부의 면책을 의식하는 듯 상식과 책임을 위태하게 넘나들었다. 참사 다음 날인 10월 30일, 그의 제일성은 “경찰과 소방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한다”라는 것이었다. 이태원 참사, 정치적 책임론 경계하는 정부여당 그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다’라는 기자 질문에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 “서울 시내 곳곳에서 소요와 시위가 있어 경찰 경비 병력이 분산됐던 측면이 있었다”.. 2022. 11. 3.
‘호갱 유권자’와 정치발전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의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증세 방침 “참, 어이가 없네. 억지를 부려도 사람들은 죄다 자기네들을 믿어준다고 생각하나 봐요.” 스마트폰으로 신문 기사를 들여다보던 아내가 던지듯이 내뱉는다. 안 봐도 아는 얘기다. 최근 담뱃값 증세를 비롯한 현안에 대한 여당 쪽의 발언은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변명이라고 하는 얘긴데, 그게 억지가 되다 보니 반발하는 민심을 설득하기보단 냉소를 자아내게 하기에 이른 것이다. 김무성, “서민 증세? 좌파 프로파간다일 뿐” 나성린, “우리는 부자증세 많이 했다”, “담배는 서민보다 중산층이 많이 피워” 김무성, “거대한 규제,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해야” 박 대통령, “정치 위한 정치하고 있어”, 야당 맹비난 “국민에게 세비 돌려드려야, 민생법안 꼭 처리돼.. 2021. 9. 21.
‘구미맘(mom)’들이 밝힌 사드(THAAD) 반대 촛불 구미의 엄마들, 사드 반대 촛불을 밝히다 지난 26일 밤, 구미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 반대 구미시민 촛불문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나는 ‘사드 배치 반대 대구경북대책위원회’에서 만든 단체 카톡방을 통해 들었다. 구미는 ‘성주촛불 50일 맞이 전국 50곳 동시다발 행동’으로 촛불을 밝히는 대구·경북의 여덟 군데 가운데 하나다. 26일 밤, 구미시민 촛불문화제 당연히 거기 참여하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지만 나는 구미에서 밝혀진 몇 번의 촛불 집회, 그 쓸쓸한 풍경[관련기사 : 잔인한 봄―노란 리본의 공감과 분노(2014/04/26),아이들아, 너희가 바로 새잎이었다(2014/05/01)]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실망스러웠다고 얘기하기는 그렇다. 16만 인구의 시골 안동에 비겨 세 배인 42만 인구의 공.. 2021. 8. 27.
그, 혹은 그들의 ‘공감(共感) 능력’ 박근혜와 그 정부의 공감능력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을 돌이켜보면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황당한 장면이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그의 태도다. 나중에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찔끔거리기도 했지만 그게 온전히 연민과 슬픔에서 우러나온 것이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다. 그것은 결코 상상을 뛰어넘는 끔찍한 비극, 305명이 눈을 번연히 뜬 채 심해로 가라앉아야 했던 기막힌 현실을 성찰한 이의 모습이 아니다. 고교생 250명을 포함한 305명의 죽음을 책임져야 했던 국정의 최고 책임자의 모습과도 거리가 멀다. 남의 고통을 내 것으로 이해하는 힘, ‘공감’ 능력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아이들의 죽음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분노했는가. 그것은 상대의 불행과 슬픔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했던 .. 2020. 12. 7.
고 김관홍 잠수사의 ‘진실’과 산 자의 ‘부끄러움’ ‘구해내지 못한 아이들’ 곁으로 떠난 민간 잠수사 김관홍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죽음에도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그것은 그 죽음을 아파하게 될 유족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하기도 하지만 때로 망자의 삶이 환기해 주는 어떤 ‘삶의 진실’ 때문이기도 하다. 인간은 때로 다른 이의 죽음을 통해 자신이 선 자리와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을 확인하기도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 김관홍(1973~2016)이 그런 사람이다. 그는 2016년 6월 1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용두동의 한 비닐하우스 안에서, 아내와 세 아이를 남겨두고 마흔셋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김관홍의 ‘진실’과 산 자의 부끄러움 김관홍은 세월호 참사 발생 7일 만에 수중 선체 수색 작업에 합류해 실종.. 2020. 6. 16.
<중앙일보>의 헛발질- 어떻게 그 사설은 ‘성지 글’이 되었나? ‘신들린 수준’이라는 의 대정부 공격 “어떻게 하든지 이 나라 경제가 ‘폭망’하기를 경쟁하듯 기원하고 있는 것 같다.” 평생 주식 한 번 가져본 적이 없고, 이른바 ‘재테크’ 따위와는 무관하게 살아온 나는 ‘경제지’를 구독한 적이 없다.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하다가도 경제지 기사가 나오면 ‘패스’하는 것도 그래서다. 나는 경제지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경제 뉴스를 전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그 방면에서 일하는 주변 사람에게서 들은 위 ‘전언’은 꽤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현 정부의 경제 정책에 관한 공격성 기사가 이른바 조중동 같은 보수언론 못잖다는 걸 가끔 확인하곤 한다. 요즘 조중동은 종편으로 날개까지 달고 현 정부에 대한 저격을 전방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 요즘 ‘미스터 트롯’이나 ‘.. 2020. 2. 16.
차명진, 선량의 꿈은 접고 ‘착한 이웃’으로 돌아가라 세월호 유족을 향한 차명진의 ‘패륜적 막말’에 부쳐 세월호 참사 5주기다. 아침부터 자유한국당의 한 전직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차명진이라는 이름이 귀에 익더니 2010년에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희망UP캠페인’의 릴레이 일일체험 참여 후기에서 ‘황제의 삶’을 누렸다고 설레발을 치다가 여론의 몰매를 받았던 바로 ‘그분’이다. [관련 글 : 차명진, 부천 소사의 ‘머슴’에서 ‘황제’로] 세월호 5주기에 쏟아낸 막말 17·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현재 경기 부천 소사 당협위원장)이 어제(15일) 세월호 참사 유족들을 향해 쏟아낸 막말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다. 그것은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 먹고, 찜 쪄먹고, 그.. 2019. 4. 16.
2014년 4월(3) 세월호, 돌아오지 않는 교사들을 생각한다 세월호, 아이들과 함께하여 돌아오지 않는 교사들 가끔 한 학교를 생각해 본다. 경기도 안산의 단원고다. 나는 그 도시에 가 본 적도 없으며, 거기 사는 어떤 사람도 알지 못한다. 당연히 단원고도, 거기 다니는 학생과 교사들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나는 단원고의 아이들은 물론, 그 아이들과 함께 수학 여행길에 나섰던 열몇 분의 교사들을 아주 오랫동안 알아 온 사이처럼 느끼게 되었다. 단원고, 안산의 그 학교를 생각한다 그들을 만나게 된 것은 한 달도 전에 일어난 여객선 침몰 사고 때였다. 나는 뒤에 오보임이 판명된 보도를 통해 제주도로 가던 배가 가라앉았지만, 학생들은 전원 구출되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나는 단원고 아이들과 같은, 열여덟 살짜리 고2 아이들 수업에서 그 소식을 전하며 .. 2019. 4. 16.
2014년 4월(2) 아이들아, 너희가 바로 새잎이었다 ‘강철 새잎’을 들으며 메이데이(May Day)다. 어제는 역 광장에서 두 번째 촛불이 켜졌다. 오후 내내 개어 있더니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행인들은 비를 피해 종종걸음을 쳤고 참가자들은 역사로 오르는 중앙계단에 하나둘씩 자리를 잡았고 광장 앞 역사를 향해 세운 천막 분향소가 조문객들을 받고 있었다. 빗속에서도 드문드문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어린 학생들, 젊은 연인들과 아이를 안고 온 부부들, 늙수그레한 중장년의 시민들까지 일단 천막 안으로 들어선 이들은 매우 침통한 표정이었지만 정중함을 잃지 않았다. ‘어른’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죄인’의 마음이 되는 게 세월호 사고의 특징인지 모른다. 삼백여 ‘목숨의 무게’가 고작 이것인가 중앙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들은 수효는.. 2019. 4.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