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간수1 그 정자에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보인다 [안동 정자 기행 ①]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만휴정(晩休亭) 아이들에게 조선 시대 선비들의 시가(詩歌)를 가르치다 보면 그들은 어쩌면 스스로 엮고 세운 ‘띠집’ 안에 갇힌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치적 부침에 따라 출사와 퇴사, 유배를 거듭하다 말년에 귀향한 이들 사대부가 하나같이 노래하는 것은 ‘안빈낙도(安貧樂道)’인데, 이는 그 띠집의 중요한 들보인 듯하다. 선비들이 지향한 청빈의 삶 ‘가난하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긴다’는 이 명제는 다분히 관습화된 이데올로기의 냄새를 풍긴다. 유배지의 문신들이 눈물겹게 노래하는 ‘님’에 대한 ‘단심(丹心)’이 분홍빛 연정이 아니라 저를 버린 임금에게 보내는 정치적 구애인 것처럼, 그것은 향촌에서 보내는 만년의 삶에 대한 일종의 강박으로 느껴.. 2019. 9.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