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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만이 아니다, ‘오시지 않는 것’은 ‘감’도 마찬가지!

by 낮달2018 2026. 3. 18.

[높임 과잉] 전화도 ‘오시’더니 ‘감’도 오시는구나!

▲ 경어체로 쓰다 보니 '감'까지 '오시다'라고 쓰게 된 건지 모르지만, 전화와 마찬가지로 '감'은 '오지', '오시지'는 않는다.

우리 사회의 일상 언어생활에 만연한 ‘높임 과잉’에 관한 글을 쓴 지 벌써 17년이 지났는데도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커피 나오셨습니다’라는 안내를 듣는 게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커피도, 전화도 ‘나오시고’ ‘오시’는 시대가 된 것이다. [관련 글 : 높임 과잉’?, ‘기사님 식당전화 오셨습니다]

 

인터넷에서 보도 기사를 읽다가 ‘감이 오십니까?’라는 구절을 읽고서는 이제 마침내 ‘감’도 오시는 시대가 되었는가 했다. 그래도 혹시 싶어서 같은 구절로 검색했더니 신문과 방송, 블로그 등등에 쓰인 ‘감이 오십니까?’가 줄줄이 떴다. 굳이 출처를 가리지 않고 한 화면만 갈무리한 게 아래 이미지다.

▲ '감이 오시다'로 검색한 결과는 매우 많았다. 매체를 굳이 가리지 않았다. 실수라고 하기엔 지나친 까닭이다.

 

· 슬슬 감이 오십니까?

· 감이 오십니까?

· 감이 딱 오십니까?

· 대충 감이 오십니까?

· 감이 오십니까?

 

공통점은 모두 의문문의 형식에 ‘-시’가 들어가니 저절로 경어체가 되고 말았다. 그냥 ‘감이 오다’로 검색하니 ‘감이 온다’ ‘감이 와서’ 등으로 높임 선어말어미 ‘-시’가 쏙 빠지고 평어체로 쓰였다. 의문문에만 ‘-시’가 들어가니 자연 경어체 형식이 되었다.

 

이는 어떤 ‘느낌이나 생각’(표준국어대사전), 또는 ‘기분, 능력, 예민한 정도, 느낌’(다음한국어사전)이라는 뜻의 ‘감’이 일종의 깨달음 같은 거여서 일부러 높여서 표현한 것으로 볼 수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게 매체마다 자연스럽게 쓰이는 모습이 좀 씁쓸했다. 어쨌든 그건 우리 사회에 퍼져 있는 높임 과잉의 결과일 수 있어서다.

▲ '감'에 대한 풀이는 <다음한국아사전>이 <표준국어대사전>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 윗사람으로부터 왔다고 전화가 '오셨다'고 쓸 수는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① 느낌이나 생각. ② 수신기나 측정기 따위가 전파나 소리를 받는 정도. = 감도”로 <다음한국어사전>에서는 “① 어떤 대상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기분이나, 직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 ② 수신되는 신호에 대한 통신 기기의 예민한 정도 ③ 형용사의 관형사형 ‘-은’ 뒤에 쓰여, 앞말이 주는 상태에 대한 느낌을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는 소략한 편인 대신, 예문이 충실하고, <다음한국어사전>은 훨씬 구체적으로 그 쓰임새를 중심으로 풀이하고 있다. ‘감’은 ‘느낄 감(感)’에서 온 것은 확실하다. <다음한국어사전>은 표제어에 한자를 나란히 적었으나, <표준국어대사전>은 검색에서는 “감12(感)「명사」「1」느낌이나 생각.”으로 써서 한자를 병기하고 있으나, ‘전체 보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한자에서 왔으되, 뜻이 거기서 다소간 멀어졌다는 뜻으로 그리 쓴 것일까.

 

상대를 높이는 경어체로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감에도 ‘-시’ 자가 붙어버린 형국일까. ‘전화’를 ‘오시다’로 쓰는 경우도 비슷하다. 웃어른에게서 온 전화를 이야기하며 절로 ‘전화가 오셔서’로 쓰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이게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아무 성찰 없이 일종의 언어 예절처럼 쓰이게 된 현실이다.

 

 

2026. 3. 1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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