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다’와 ‘곯다’의 구분
“코를 골다”를 “코를 곯다”로 잘못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코골이’를 ‘코곯이’를 쓰는 실수도 일어난다. 그러나 “잠잘 때 거친 숨결이 콧구멍을 울려 드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다.”를 뜻하는 동사는 ‘골다’다. 코골이가 심한 사람이 내는 코고는 소리는 예사롭지 않아서 ‘곯다’로 쓰는 게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동사 ‘골다’는 ‘골아, 골고, 고니, 고오, 곤다’ 등으로 쓴다. ‘골다’는 ‘ㄹ탈락 규칙활용’을 하는 동사다. 이를테면 “ 쟁기나 트랙터 따위의 농기구나 농기계로 땅을 파서 뒤집다.”는 뜻의 동사 ‘갈다’와 활용의 형태가 같다. 즉 어간의 끝소리 ‘ㄹ’이 ‘ㄴ, ㅂ, 시, 오’ 앞에서 규칙적으로 탈락하는 용언이다.
· 갈다 : 가니, 갑니다, 가시오, 가오
· 살다 : 사니, 삽니다, 사시오, 사오
· 울다 : 우니, 웁니다, 우시오, 우오
· 놀다 : 노니, 놉니다, 노시오, 노오
그러나 ‘곯다’는 “속이 물크러져 상하다.”거나 “(비유적으로) 은근히 해를 입어 골병이 들다.”의 뜻으로 쓰는 동사다. 발음도 [골다]가 아니라 [골타]다. 동사 ‘꿇다·끓다·닳다·뚫다·쓿다·앓다·잃다·꿰뚫다·들끓다’와 형용사 ‘싫다·옳다’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발음한다.
‘곯다’는 “양(量)에 아주 모자라게 먹거나 굶다”의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 이도 발음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표준발음법 제12항의 3, 붙임 규정(‘ㄶ, ㅀ’뒤에 ‘ㄴ’이 결합되는 경우에는, ‘ㅎ’을 발음하지 않는다.)과 4의 규정(‘ㅎ(ㄶ, ㅀ)’ 뒤에 모음으로 시작된 어미나 접미사가 결합되는 경우에는, ‘ㅎ’을 발음하지 않는다.)에 따라 ‘ㅎ’은 따로 발음하지 않는다.
‘곯는’이 [골른]으로 발음하는 것은 제20항 “‘ㄴ’은 ‘ㄹ’의 앞이나 뒤에서 [ㄹ]로 발음한다.”라고 하는 자음동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아래 표준발음법 참조)
낱말의 뜻과 발음은 일단 확인하고 난 다음에는 헷갈리지 않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조금만 유념하면 틀리지 않는다. 모름지기 바른 말글 쓰기란 그런 의식적인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4. 8. 8.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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