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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민들이 밝힌 삼백예순다섯 번째 촛불

by 낮달2018 2021.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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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시민들의 사드 반대 김천 촛불 1주년 기념집회

▲ 2016년 8월 20일, 사드 반대의  첫 촛불을 밝힌 이래 김천시민들은 365일을 한결같이 달려왔다.

김천 촛불 한 돌, ‘경이로운’ 시민들

 

20일 밤 김천 역전 평화광장에서 365번째 촛불이 켜졌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사드 반대 김천 촛불 1주년 기념집회가 시민 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베풀어진 것이다. 김천시민들의 도저한 낙관주의는 300번째 촛불에서 확인한 바 있지만, 지치지 않는 시민들의 열정은 경이롭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있는 장마 때문에 방심하였던가, 나는 19일에 ‘4차 소성리 평화 행동’이 있었다는 소식을 그날 밤에야 알았다. 아뿔싸, 뒤늦게 밴드에서 그 사실을 확인하고 나는 무릎을 쳤다. 그리고 20일 밤에, 김천으로 가는 지역의 젊은 친구들 차에 편승한 것이었다.

 

지난해 오늘, 나는 부곡동 강변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첫 번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그리고 올 6월 16일 김천 역전에서 열린 삼백 번째 촛불집회도 찾았었다. 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 보수의 본고장 사람들이 사드 반대 투쟁을 1년 동안이나 이어가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 꼭 1년 전인 2016년 8월 20일, 부곡동 강변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첫 번째 촛불집회.

첫 번째 촛불 : 사드(THAAD), ‘폭탄 돌리기’는 그만!

삼백 번째 촛불 : 김천시민들, 삼백 번째 촛불을 밝혔다

 

온도가 높지는 않았지만, 날씨는 후덥지근했다. 언제나 그렇듯 듬성듬성 빈자리가 언제쯤 채워지나 하고 바라보면 잠깐 사이에 모여든 사람들로 이내 광장은 메워졌다. 집회는 원불교 교무들의 평화 기원 의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  식전 행사로 원불교 성직자들이 평화 기원 의식을 거행하고 있다 .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이 탄생시킨 정부다. 촛불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 촛불의 명령은 적폐를 청산하라는 것이고, 적폐 중의 적폐가 사드 배치다. 우리는 1년 시간 동안 북핵을 동결시키고, 사드 철거를 기대했다.

 

그런데 북한이 ICBM 한 발을 쏘자,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라고 발표했다. 이는 촛불 시민에 대한 배신이다. 사드 가동을 중단하고, 부지 공사를 중단하고, 사드 장비 빼내는 국민의 명령을 제대로 들어달라.”

▲ 역사 벽에 기대앉아 촛불을 밝힌 농소면의 주민들. 이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느냐고 물었다.

유선철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의 대회사가 이어지는 동안 나는 역사 벽에 기대어 촛불을 든 시골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 옆에 앉았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 자리는 농소면 주민들의 자리다.

 

궁싯거리다가 잘 되어갈 것 같느냐는 내 우문에 할머니는 잘 되어야지요, 하고 현답을 돌려주었다. 할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당신들이 사드 때문에 얼마나 큰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오는 사드 막아내고 평화야 같이 가자!”

 

집회에는 사드 반대 투쟁의 6주체(성주투쟁위, 김천시민대책위,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 사드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사드배치반대 대구경북대책위, 사드배치반대 부산울산경남대책위)가 참석했지만, 성주투쟁위는 연대 발언에 나서지 않았다. 사회자는 성주투쟁위가 내부사정이 정리되는 대로 대오에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참석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 문규현 신부의 연대사는 그것 자체로 격정과 분노의 절규였다.

연대사 가운데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상임대표인 문규현 신부의 말씀이 마음에 먹먹하게 남았다. ‘전문 시위꾼’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의 투쟁 현장을 빠지지 않는 이 노신부의 발언은 그것 자체로 격정과 분노의 절규였다.

 

“사드반대 평화촛불 365일, 대단하십니다. 우리는 이길 겁니다. 승리를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나와 너를 넘어, 지역과 지역을 넘어 세상을 하나로 이루는 힘입니다. 이 땅의 정의요, 사랑이요, 여러분은 평화입니다.

 

(……)엊그제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 가족을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정부를 대표해 사과하고 위로했습니다. 5·18민중항쟁 빛고을 광주를 품어주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밀양도 주권이 있는 사람이 살고, 제주 강정도, 김천, 성주 소성리에도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밀양과 제주 강정을 포용해주십시오. 또, 소성리, 성주, 김천을 포용해주십시오. 그동안 고통을 위로해주고 힘을 주십시오. 그때 촛불 민주혁명 정부를 세울 수 있을 겁니다.

 

오는 사드 막아내고 평화야 같이 가자!(……)”

▲  집회에는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와 김종대 의원이 참석하여 투쟁을 지지하고 함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

‘오는 사드 막아내고 평화야 같이 가자!’는 말씀은 돌아오는 길 내내 귓가에 여운으로 남았다.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드 관련 상황은 정부가 북한의 도발과 이에 따른 대응으로서 사드 배치를 선택하면서 오히려 악화하고 말았다.

 

환경영향평가를 두고 다투는 가운데 문제는 꼬이기만 거듭하고 있다. 이 싸움의 귀추는 아무도 성급하게 말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사드 배치를 군사주권의 포기로,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믿는 시민들의 믿음과 촛불은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2017. 8. 21.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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