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말글쓰기를 돕는 안내자들
* 10년도 전의 글이어서 예를 든 사이트의 화면은 지금 조금씩 달라졌다. 그러나 기본적인 사항은 변함이 없으니, 도우미로서의 구실을 여전히 다하고 있다.
어쩌다 블로그를 열고 잡문 나부랭이를 끼적이다 보니 어느새 거기 쓴 글이 사백 편이 넘었다. ‘글 보관함’을 살펴보니 거의 이틀에 한 편꼴로 무언가를 썼다. 굳이 그걸 의식한 것은 아닌데도 꾸준히 글을 쓴 게 자신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글을 쓸 때, 나는 직업이 직업인지라, 비문(非文), 맞춤법, 띄어쓰기 등에 각별한 신경을 기울인다. 명색이 나라말을 가르치는 이가 잘못된 글을 쓰는 것은 민망한 일인 까닭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예전에는 무심했던 부분도 밝히 보고, 모호한 부분은 반드시 확인하는 버릇이 붙었다.
그러면서 내가 쓰는 낱말과 표현 중에 바른 말글이라 할 수 없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의심 없이 썼던 어휘나 구절이 내가 기왕에 알고 있었던 것과 다른 뜻으로 새겨질 수 있다는 걸 확인할 때마다 부끄러움과 함께 새로운 앎이 주는 기쁨이 교차했다.
바른 말글 쓰기는 물론 그리 녹록하지 않다. 제일 중요한 것은 성가시다고 생각하지 않고 미심쩍으면 곧 그걸 확인하고 쓰는 것이다. 예전처럼 두텁고 무거운 사전을 굳이 뒤적일 일도 없다. 다행히, 그 신빙성이 다소 염려되긴 하지만, ‘정보의 바다’라는 인터넷이 지척에 있으니 말이다.
글을 쓰면서 내가 도움을 받는 ‘바른 말글 쓰기의 안내자’는 크게 셋이다. ‘아래아 한글’이 그 첫째고, 부산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우리말 배움터’가 그 둘째고, ‘국립국어원’이 그 셋째다.
① 아래아 한글(이하 ‘한글’로 씀)
나는 늘 한글에서 글을 쓴다. 아주 급한 경우가 아니면 웹에서 직접 글을 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글쓰기에 드는 시간이 만만찮은 나는 여러 번의 퇴고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러자면 안정적으로 글을 쓰기에 웹은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한글에는 상당한 수준의 ‘한글 맞춤법 검사/교정’ 시스템이 있다. 일정 범위를 정해 놓고 맞춤법을 검사하고 이를 교정하는 이 시스템은 그러나 등록된 단어가 아닌 모든 단어를 일일이 ‘틀림’으로 가리키기 때문에 간단하게 쓰기에는 좀 무리가 있을 수 있다.
내가 가장 도움을 많이 받는 게 ‘맞춤법 도우미’ 기능이다. 한/글 ‘환경설정’의 ‘기타’ 항목에서 ‘맞춤법 도우미 작동’을 지정해 놓으면 한/글로 문서 작성을 하는 도중 맞춤법에 어긋난 단어를 입력하였을 때 빨간색 밑줄을 그어주는 것이다.
좀 어설퍼 보이긴 해도 이 기능의 장점은 만만치 않다. 고유명사나 외래어의 경우는 죄다 빨간 줄을 그어 주지만, 나머지 낱말의 경우는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게 맞춤법을 판별해 주는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이 도우미의 판별 능력은 90%를 상회한다. 일단, 빨간 줄이 그어지면 맞춤법과 띄어쓰기 중 어느 하나가 어긋난 것으로 보면 틀림없다.
② 우리말 배움터
‘우리말 배움터’(이하 배움터)는 부산대학교 정보컴퓨터공학부 인공지능연구실에서 운영하는 누리집이다. 이 누리집은 자신을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어느 누구나 쉽게 인터넷에서 바른 우리 말글을 배울 수 있도록 돕는 평생교육 사이트입니다.
초·중·고등학생들은 배움터와 글쓰기 교실, 어문 규정, 철자검사기 등을 통해 바른 우리 말글살이의 바탕을 다질 수 있고, 일반인은 자신이 쓴 글의 잘못이나 일상생활에서 자주 범하는 오류를 교정받을 수 있습니다.”
배움터에는 ‘로마자 변환기’, ‘표준발음 변환기’ 등 쓸모 있는 기능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쏠쏠한 도움을 주는 게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다. 한글에서 빨간색 밑줄이 그어진 낱말은 바로 이 검사기에 입력해서 교정받을 수 있다. 이 검사기의 판별·교정 능력도 90%는 넘는 것 같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비겨 이 검사기가 더 유용한 것은 대사전은 맞춤법에 어긋난 낱말일 경우에는 풀이 자체가 없지만, 여기서는 철자 검사를 통해 잘못을 아주 분명하게 바로잡아 주기 때문이다. 검사기는 ‘틀린 단어’와 그 ‘대치어’, 그리고 ‘도움말 정보’와 ‘관련 학습 사이트’까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것이다.
물론 이 검사기에도 한계는 있다.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미처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되지 않은 낱말인 경우는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듯하다. 이 누리집에서는 검사기의 ‘내려받기’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굳이 내려받아서 사용하기보다는 즐겨찾기에 누리집을 등록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방문해 이용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 같다.
③ 국립국어원
국립국어원 누리집은 초기화면에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이하 ‘대사전’)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인터넷의 각 포털이나 검색엔진 등에서 국어사전을 이용할 수 있기는 하나 포털마다 제각기 다른 사전을 쓰고 내용도 들쭉날쭉한 듯하다. 그래서 나는 대사전을 쓴다.
대사전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특히 필요한 낱말을 찾으면 간단한 풀이가 먼저 나오고(검색1) 심화된 풀이(검색2)는 한 번 더 들어가야 만날 수 있는 구조는 좀 불편하다. 심화 풀이에서는 ‘발음 듣기’와 ‘용례’까지 제공해 준다. 낱말의 표준발음이 궁금한 이는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 심화 풀이에서는 ‘의견 보내기’도 할 수 있다.
국어원의 열린마당에서는 ‘온라인 가나다’라는 차림표를 이용할 수 있다. 주로 규범이나 어법, 표준국어대사전의 내용 등에 대해서 물어볼 수 있는 곳이다. 나도 몇 차례 이용한 적이 있는데 단박에 답변이 뜨지는 않는다. 빠르면 하루, 늦으면 이틀쯤은 느긋하게 기다려야 한다.
공개자료실에서도 가끔씩 유용한 자료를 얻을 수 있다. ‘한글 맞춤법’이나 ‘표준어 규정’ 등의 문서 자료나 한글과 관련 있는 음악 파일도 얻을 수 있다. 기타 연구보고서나 어문 규정, 정기 간행물도 읽을 수 있다. 나는 가끔 이 누리집을 한 바퀴 돌아보면서 흔치 않은 자료를 발견하고 기꺼워하기도 한다.
거듭 말하거니와 바른 말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가시고 귀찮은 걸 넘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사전이나 배움터에 들러서 이를 확인하는 게 바른 글쓰기의 기본이다. 내게는 한글에서 빨간색 밑줄이 거의 없는 깨끗한 상태로 탈고할 때의 개운한 기분도 글쓰기가 주는 기쁨 중의 중요한 일부가 되었다.
2009. 7. 2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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