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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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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퉁 불은 국수’와 ‘몸 달은 KBS’

by 낮달2018 2019. 2. 15.

‘퉁퉁 불은’은 맞고 ‘달은’은 틀리다

▲ 부동산 3법 처리 지연을 가리킨 대통령의 비유법은 그 적절성과 무관하게 맞춤법에는 맞다.

얼마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퉁퉁 불은 국수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대통령이 지난 223일 국회의 부동산 3법 처리 지연을 두고 퉁퉁 불어터진 국수라고 비유하면서다. 이를 두고 이런저런 반박도 적지 않았지만, 그 비유의 적절성이 아니라 맞춤법을 한번 따져 보자.

 

<+불은>은 올바른 표현

 

어간이 로 끝나는 동사 가운데 물들다울다(발라 놓거나 바느질한 것 따위가 반반하지 못하고 우글쭈글해지다.)’물들은’, ‘울은으로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이들 용언은 음 앞에서 ㄹ탈락이 저절로 일어나는 규칙 동사이므로 물든’, ‘으로 쓰는 게 옳다. [<ㄹ탈락규칙용언’> 참조]

 

그러나 불은의 기본형은 물에 젖어서 부피가 커지다는 뜻의 동사 붇다. ‘걷다[]’묻다[]’처럼 활용하면 불어, 불으니로 쓰이는 ㄷ불규칙동사. 어간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어미가 오면 받침 로 바뀌는 것이다. 이 동사의 과거 관형사형이 불은이고, 현재 관형사형은 붇는이다. 따라서 불은 국수불은은 과거형으로 제대로 쓰인 것이다.

 

ㄹ탈락 규칙용언을 마치 불규칙 용언처럼 쓰는 경우가 웹에서는 심심찮게 발견된다. 개인이 연 블로그나 익명의 자유게시판같은 데라면 아주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그게 명색이 언론을 표방하는 매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물론 요즘 인터넷 공간에는 이런저런 이름을 단 언론매체가 적지 않다. 거기서 기사를 쓰는 이들이 모두 맞춤법이나 글쓰기에 통달하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긴 하다. 실제로 인터넷 나들이를 하다 보면 입맛을 다시게 하는 맞춤법 오류나 비문 따위를 발견하는 게 어렵지 않을 정도다.

▲ 한 인터넷 매체에서 잘못 쓴 기사의 표제. '몸달은'은 '몸 단'으로 써야 올바른 표기이다.

그러나 내로라하는 매체에서 이런 맞춤법 오류를 확인할 때면 민망하기도 하고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한다. 더구나 그게 있을 수 있는 오타수준이 아니라, 명백히 맞춤법 미숙에 따른 것이라는 심증이 갈 때 입맛이 쓰지 않을 수 없다.

 

+이 맞다

지난 226일에 한 인터넷 매체에 올라온 기사가 그랬다. ‘수신료 몸달은 KBS’라는 구절을 제목에 노출한 기산데, 여기서 몸달은은 명백한 잘못이었다. ‘달다를 붙여 쓴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으로 써야 할 데에 달은을 붙였다.

 

달다안타깝거나 조마조마하여 마음이 몹시 조급해지다.’(<표준국어대사전>)는 뜻이다. 역시 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는 이 탈락하는 규칙 동사다. 마땅히 속담 단 가마에 눈처럼 으로 써야 한다.

 

마침 이 기사 밑에는 오류 신고하기라는 단추가 있었다. 나는 실수였기를 바라면서 이를 신고했다. ‘맞춤법에 어긋난 기사는 공정성도 의심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를 담아서. 오류신고가 어떤 경로를 거쳐 필자에게 전해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기자가 이를 확인하면 당연히 바로잡을 줄 알았다.

 

지적하면 바로 기사에 반영되고 고맙다는 답신을 보내는 매체도 있기 때문이었다. 신고하고 나서 나는 그걸 잊어버렸다. 어젯밤, 잠자리에 들다가 문득 그걸 떠올리고 나는 스마트폰으로 예의 매체에 접속했다. 꽤 시간이 지난 기사여서 검색으로 찾아야 했다.

 

기사는 처음 올라올 때 그대로였다. 나는 입맛을 다셨다. 이럴 경우, 어떻게 반응하는 게 몸에 이로운지 나는 안다. 예의 매체에서 내 오류신고를 받아보지 못했을 것이라거나 기자가 바빠서 그걸 바로잡지 못한 거라고 여기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은 것이다.

 

그건 물론 사실 여부와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매체나 기자가 내 지적에 감정이 상했을 수도 있고,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남는 문제는 나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정서법에 어긋난 기사를 쓰거나 실은 기자나 매체의 것이라는 얘기다.

 

 

2015. 3. 14.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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