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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길 위에서

우리나라 좋은 나라, 풍경 2제

by 낮달2018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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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1] ‘최저임금’ 인상, 1,090원과 30원 사이

▲ 최저임금 만평 ⓒ http://seah.nodong.net

30원이냐, 1,090원이냐를 두고 다투던 최저임금 심의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지 못한 채 합의 시한인 어젯밤 자정을 넘겼다고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4,320원, 노동계의 요구대로 1,090원을 인상하여도 5,410원이다.

 

말하는 것조차 민망한 ‘30원’은 재계의 인상안이다. ‘비지니스 프렌들리’나 감세 혜택을 온전히 누린 재계가 내놓은 이 30원은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잊은 부끄러운 수치다. 이들은 마치 노동의 대가를 달걀값이나 설탕값처럼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평균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고작 32%고,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9개국 중 16위에 그친다. 2011년 최저임금인 시급 4,320원으로는 밥 한 끼 제대로 사 먹기가 힘들므로, 최소한 노동자 평균 임금의 절반 수준인 시급 5,410원으로 인상하자는 노동계의 주장이 지당한 이유다.

 

2011년 기준 한국의 법정 최저임금은 최근 경제위기를 겪은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에도 현저히 못 미치고 있으며, 심지어 OECD 국가도 아닌 슬로베니아, 몰타의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하니 말 다했다. 말끝마다 ‘국격’을 들먹이지 말고 그 국격의 중심을 이루는 ‘인격’에 눈길을 돌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정부 여당은 KBS 수신료를 2,500원에서 3,500원으로 40% 올리는 일에는 통 크게 나섰다. 널뛰기를 한 민주당의 반발에 따라 무산되기는 했지만, 수신료 인상안과 최저임금 인상안 사이의 거리는 멀고도 멀다. 온 국민의 호주머니를 여는 일은 쉽고 기업의 금고를 여는 일은 이리 어렵기만 하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풍경 2] 홍익대, 청소노동자에게 2억8천만 원 손배소

▲ 김용민 그림마당(2011.6.30.) ⓒ <경향> 김용민

홍익대, 청소노동자 집단해고로 여론의 눈총을 받았던 홍익대가 또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올해 초 집단해고에 반발해 두 달 가까이 농성을 벌인 청소노동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학교법인 홍익학원은 지난달 말 교내 미화원노동조합 이숙희 분회장 등 농성을 주도했던 미화원노조와 민주노총 관계자 6명을 상대로 2억8천만여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고 한다. 월 7, 80만 원의 임금을 받는 이들 노동자가 손해배상을 감당하려면 한 명당 4,50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홍익학원의 요구는 단순 무비(?)하다. 생존권을 걸고 농성을 벌였던 5, 60대 여성 노동자들에게 ‘점거 농성 기간 투입한 대체인 력의 인건비 및 전기세와 명예훼손 등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농성이 끝날 당시 민주노총과 용역업체가 고소·고발 등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않았으며 법적으로 정리할 부분을 정리하는 과정’이란다.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바야흐로 만화방창이다. 자본은 손배, 압류 등의 소송을 통해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을 통제하려 하고 법원은 어김없이 자본의 손을 들어준다. 그게 이 잘난 자본주의의 법리란다. 법리적으로는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은 법리를 빙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일 뿐이다.

 

부산 영도조선소 크레인에서 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에게도 지엄한 법원은 크레인에서 내려올 때까지 ‘하루 100만 원을 한진중공업에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수개월째 고공 농성을 계속하고 있는 이에게 내려진 법원의 결정은 철저히 ‘자본적’이다. 생존을 위한 ‘일자리’(생계비)를 걸고 싸우는 사람들에게 돈 폭탄은 가장 유효한 수단이겠다.

 

결국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 80년대 ‘아, 대한민국’이라는 대중가요를 패러디한 대학생들의 백 코러스가 아련하게 떠오른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건 얻을 수 있고 뜻하는 것은 무엇이건 될 수가 있어’ ‘저마다 누려야 할 행복이 언제나 자유로운 곳’이라는 노랫말 끝의 백 코러스는 한 편의 코미디다.

 

“돈 있으면~ 돈 있으면~

빽 있으면~ 빽 있으면~”

 

 

2011. 7. 1. 낮달

 


 

2020년 현재의 논의도 그리 밝지 않다. 현재 2021년 최저임금을 심의하고 있는데,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차가 크다. 최저임금은 현 정부 들어서 비교적 인상폭이 컸으나 어려운 경제 때문에 1만 원으로 가는 경로가 위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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