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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포옹3

새로 만난 시인들 - ② 손택수 의 시인 손택수 ‘택수’라는 이름은 내게 묘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중학교 때에 나와 한 반이었던 아이 중에 그런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었다. 성은 잊어버렸고 특별히 친하지도 않았다. 선량한 친구였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그런데도 ‘택수’라는 이름은 나를 그 시절의 교실로 데려간다. 탁구 선수 김택수가 그랬고, 손택수도 그렇다. 손택수라는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잠깐 그 친구의 성씨가 무엇이었던가를 헤아려 보았다. 그러나 ㅇ씨 성을 가진 보수 정치인은 아니다. 나는 TV 토론 프로그램에 나와 궤변을 늘어놓는 그 퇴물 정치인에게서 욕지기를 느꼈을 뿐이다. 손택수 시인은 처음 만난 건 시 ‘살가죽 구두’를 통해서다. 그 시는 문태준이 엮은 에 실려 있었다 ( 2권에는 그의 시 ‘방심’이 실렸다). 내겐 기.. 2022. 1. 30.
‘한계령을 위한 연가’, ‘고립’에 대한 뜨거운 욕망 문정희 시 ‘한계령을 위한 연가’ 지난해 7월에 시집 두 권을 샀다. 2007년 6월에 고정희 유고시집 를 구매했으니 꼭 1년 만이다. 명색이 아이들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내가 이러하니 이 땅 시인들의 외로움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두 권 다 개인 시집이 아니라 문태준 시인이 고르고 해설을 붙여 엮은 시집이다. 근년에 ‘뜨고 있는’ 시인은 시를 어떻게 읽었는지 궁금했던 걸까. 문 시인의 시는 ‘가재미’밖에 읽지 않았으면서 그가 엮은 시집을 선뜻 산 것은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을 터이다. 그러나 나는 이 시집을 한 반년쯤 묵혀 두었다. 책 속표지에 휘갈겨 쓴 구입날짜(20080725)와 서명이 민망하다. 비좁은 서가 위에 위태하게 얹힌 예의 책을 꺼내 무심하게 넘겨보기 시작한 게 오늘이다. 읽어내려가.. 2019. 4. 23.
책 읽기, 그 도로(徒勞)의 여정 책 읽기의 압박, 그리고 결기를 버리고 나니 … 책 읽기의 압박에서 벗어나게 된 지 몇 해가 되지 않는다. 어느 날, 내가 내 안에 더는 어떤 열정도, 미래에 대한 전망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조직 활동에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나는 그때, 내 삶을 마치 말라 바스러진 나뭇잎 같은 것으로 느끼기도 했다. 그건 슬픔도 회한도 아니었다. 그것은 굳이 말하자면 오랜 절망적 성찰 끝에 스스로 깨친 자기응시 같은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 무렵에 쓴 어떤 편지에서 나는 그렇게 썼다. ……시나브로 나는 자신을 타자로 바라보는 게 어렵지 않을 만큼만 노회해졌습니다. 자신의 행위나 사고를 아무 통증 없이(!) 여러 갈래로 찢고 자를 수 있으며, 그 시작과 끝을 희미한 미소로, 어떠한 마음의 동요도 없이 바라볼 수도.. 2019. 2.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