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내부1 장미, 장미, 장미 올해가 유난히 장미가 더 많이 피었다는 통계가 있을 리 없다. 곳곳에서 찔레꽃 구경이 어지럽던 어느 날부터 만개한 장미가 시야를 어지럽힌다. 걸어서 출근하는 길목마다 빨갛게 장미가 불타고 있었다. 피처럼 붉던 그 꽃잎들은 이제 바야흐로 시들기 시작한 듯하다. 어느 해에는 유난히 접시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어느 해인가는 찔레꽃이 지천이었다. 유난히 그 해에만 그 꽃을 더 많이 심었을 리는 없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내가 유난스러운 것뿐이다. 어느 해는 접시꽃이, 어느 해는 찔레꽃이 유난스레 눈에 들어와 박혔을 뿐이다. 사진기를 들고 출근길 곳곳에 흐드러진 장미를 찍었다. 가정집 담 밖으로 늘어진 놈, 대문간 위를 빨갛게 물들인 놈, 찻길 옆의 언덕을 뒤덮은 놈, 언덕바지 축대에 늘어져 붉은 신호등과 .. 2021. 6.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