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불평등1 아내들에게 바침, 문정희 ‘작은 부엌 노래’ 한가위 전날이다. 따로 차례를 모시지 않는 우리 집 풍경은 조금 쓸쓸하다. 귀향한 아들 녀석과 제 누이는 어젯밤 내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더니 아직도 늦잠이다. 아내는 ‘그래도 섭섭할까 봐’ 부침개 몇 종류를 준비한다. 대형 전기 팬을 거실 바닥에 놓고 갖가지 준비를 해 놓으면 아이들이 달려들어 거들 것이다. 한가위 전날 풍경 마련할 음식이래야 단출하기만 하다. 쇠고기 산적과 두부전, 명태전을 조금 부치고 나면 명절 준비는 끝이다. 떡을 잘 먹지 않으니 우리 집에선 송편도 준비하지 않는다. 명절이라고 식솔들을 이끌고 가야 할 본가도 큰집도 없으니 내일 성묘를 마치고 아이들 외가를 들러 오면 그뿐이다. 여든이 내일모레인 장모님이 손자와 함께 지키고 있는 처가의 고적(孤寂)을 우리 식구가 흩트려 놓을 것.. 2019. 9. 2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