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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고유어3

‘고맙다’는 되고 ‘미안하다’는 안 된다 ‘고맙다’와 ‘미안하다’의 위계(位階) ‘고맙다’와 ‘감사하다’ 사이엔 뜻 차이도, 위계도 없다 어느 인터넷신문에서 의 손석희가 ‘감사합니다’ 대신 ‘고맙습니다’를 쓴다는 점을 가리키며 “‘고맙다’는 말 쓰는 것이 건방진 게 아니라는 점 인식할 필요 있다”고 환기해 주었다. [관련 기사 : 손석희는 왜 “감사합니다” 말고 “고맙습니다”를 쓸까] 나도 고마움의 인사는 ‘고맙습니다.’로 한다. 의례적인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행사를 진행할 때도, 여럿을 대표해 인사를 할 때도 ‘고맙습니다’만 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고맙다’보다 ‘감사하다’가 더 격식적인 성격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고맙다’는 우리 고유어고, ‘감사(感謝)하다’는 한자어지만 이 두 낱말이 각각 뜻하는 바는 다르지 .. 2020. 6. 9.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다 : ‘연면하다’와 ‘면면하다’ “끊어지지 않고 죽 잇따라 있다” 지난해 11월 29일 뉴스룸을 시청하다가 나는 화면 아래쪽의 자막을 읽느라 미간을 찌푸렸다. 그날 국회운영위원회 관련 뉴스였는데, 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발언’을 환기하며 안보실장에게 질의하고 있었다. ‘발언’이란 그 무렵 나 의원이 미국 인사들에게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말이다. [박경미/더불어민주당 의원 : 총풍의 DNA가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으로 면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데 안보실장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잠깐이었지만, 나는 ‘면면이’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처음엔 그걸 ‘연면히’를 잘못 쓴 것으로 여겼다. 무심히 쓰지만, ‘연면히’는 한자어 ‘연면(連綿)’에서 파생한 부사다. 잇닿을 연(連).. 2020. 1. 31.
‘눈록빛’을 아십니까, 우리말 같은 한자어들 이게 우리말 아니라 ‘한자어’라고? 이게 한자였어? 우리말 같은 한자어들 ‘눈록’이란 낱말을 처음 만난 것은 신영복 선생의 서간집 에서였다. 감옥 안에서 새싹을 틔운 마늘, 거기 담긴 봄을 감동적으로 전하는 글이었다. “눈록빛 새싹을 입에 물고 있는 작은 마늘 한 쪽, 거기에 담긴 봄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닙니다. 봄이 아직 담을 못 넘은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새 벌써 우리들의 곁에서 새로운 생명을 키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눈록빛! 눈과 귀에 선 낱말이었지만 나는 앞뒤 맥락으로 그게 무슨 뜻인지를 넉넉히 새길 수 있었다. 어릴 적 마늘 한 쪽을 물 담은 병 주둥이에 꽂아 두면 틔우던 새싹. 그 연둣빛을 선생은 ‘눈록빛’이라고 표현한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멋진 우리말이 있었다는 사실에 적잖이 감동했.. 2019.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