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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고백2

고정희, 우리 모두에게 이미 ‘여백’이 된 고정희 유고시집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좋은 시인이나 작가를 제때 알아보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부채감은 꽤 무겁다. 그것은 성실한 독자의 의무를 회피해 버린 듯한 열패감을 환기해 주는 까닭이다. 제때 읽지 못했던 시인 작가로 떠오르는 이는 고정희 시인과 작가 공선옥이다. (오해 없기 바란다. 물론 내가 알지 못하는 훌륭한 시인·작가는 수없이 많을 터이다. 요컨대 내가 말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뿐이다.) 공선옥은 내게 그를 너무 늦게 읽은 걸 뉘우치게 한 작가다. 2003년에 그의 소설집 『멋진 한세상』을 읽고 나서 나는 책 속표지에다 그렇게 썼다. 너무 늦었다……. 나는 삶을 바라보는 공선옥의 눈길과 태도에 전율했다. 나는 그이의 삶과 그가 그리는 삶이 어떤 모순도 없이 겹.. 2020. 6. 1.
고백 - 회고 혹은 참회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며칠 전 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를 만났다. 40년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문학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다. 열일곱에 만났는데 그새 40년이 훌쩍 지나갔다. 한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하다가 10여 년 전에 퇴직한 이래 여러 곡절을 겪은 친구다. 대전 시내에 있는 그의 사무실에서 지난 17년간의 안부를 나누었다. 이런저런 얘기 끝에 조만간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얘기를 했더니 블로그를 통해 내 교단생활을 짐작하고 있는 그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글쎄, 역시 그걸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서른 해 가까이 켜켜이 쌓인 피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아이들의 변화, 에멜무지로 시행되는 교육정책, 나날이 심화하는 입시경쟁, 그 가운데서 나날이 황폐해져 가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어찌 몇 마디 말로 드.. 2019. 9.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