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발소를 피해 먼 이발소를 이용하는 까닭
가까운 미용실을 이용하다가 아니다 싶어서 인근의 이발소를 다니게 되었을 때다. 60대 후반의 이발사는 과묵한 데다 이발 솜씨도 좋아서 한 1년쯤 거기서 머리를 깎았다. 어느 날부터 이발소에 주인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했고, 텔레비전은 늘 종편에 고정되어 있었다. [관련 기사 : ‘이발소’로의 귀환]
종편과 이발소
머리를 깎는 시간이야 30여 분에 불과하지만, 앵커인지 선동꾼인지 모를 자칭 언론인들이 진행하는 억지와 왜곡, 고성과 비약으로 일관하는 뉴스를 듣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 어느 날 나는 그 가게에 발을 끊었다. 50대 초반의 얌전한 이발사가 드라마나 틀어놓는 학교 앞 이발소로 옮긴 것이다.
가끔 종편이 박근혜 정권을 떠받치는 아주 실한 기둥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포털에서조차 눈길을 끌어 들여다본 뉴스가 종편 발이면 되돌아가기를 누르는 사람이니 종편의 폐해를 직접 확인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종편의 폐해나 해악이야 굳이 겪지 않아도 아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도시지역과 달리 시골에 가면 가게마다 틀어놓은 텔레비전 채널은 종편 일색이다. 시골에 사는 이들에겐 일상이니 면역이 될 만도 한데 그걸 못 참는 친구가 있다. 그놈 종편 때문에 일부러 이웃 동네의 이발소에 갔다가 낭패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메시지로 보내왔다.
경제는 바닥으로 내려앉고 민생은 파탄지경이다. 안보는 불안하고 사회는 분열과 갈등으로 찢어졌다. 정부 기능은 마비되고 장관들은 무기력하고 관료들은 나서지 않는다. 나라에 온전한 곳, 정상적인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다.
- ‘이대근 칼럼’(<경향신문>) 중에서
지난 4년간의 실정에다 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지지율이 25%로 곤두박질쳤지만, 이 영남 성골 고장의 공기는 이런 수준이다. 주로 60대 이상의 고령층이긴 하지만 이들은 강력한 박근혜 엄호부대다. 이들은 드러난 권력의 실정과 무관하게 ‘묻지 마’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무지도 더러는 죄악이다
그 이유는 뻔하다. 최순실 게이트에 떠밀려 국민에게 마지못해 사과하는 박근혜를 향해 찬탄을 금하지 못하는 이 촌로의 반응처럼 이들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지 근거가 분명하지 않지만 그걸 거두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묻지 마 지지에 힘입어 권력의 일탈과 독주가 이어진다. 무지에 기반한 정치적 지지도 죄악일 수 있다.
2016. 10 .2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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