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1945 강제병합 100년 특별사진전 도록
강제병합 100년 특별전 <거대한 감옥, 식민지에 살다>는 지난 8월 12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11·12 옥사에 열렸다. 주최는 강제병합 100년 공동행동 한국 실행위원회, 주관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했고, 동북아역사재단·경향신문사·서울지방보훈청이 후원했다.
물론 이 행사에 나는 가보지 못했다. 대신 민족문제연구소 누리집(☞ 바로 가기)에서 펴낸 이 전시회의 도록을 샀다. 민족문제연구소의 히스토리뱅크몰에서 파는 이 도록은 민족문제연구소 회원에게는 할인을 해 준다. 나는 사실 <친일인명사전>을 사지 못했다. 책의 가치와는 별개로 책값이 너무 부담스러웠던 까닭이다.
대신 나는 학교 도서관에 가정 먼저 그 책을 구입하게 했고, 필요할 때마다 학교에서 사전을 이용하기로 했다. (나는 2018년에 결국 <친일인명사전>을 구매했다.)그러나 민족문제연구소의 회보와 전자우편을 받을 때마다 마치 목마름과도 같은 아쉬움을 가누지 못했다. 결국, 이 도록을 산 것은 그 목마름을 넘고 싶어서였다.
도록은 ‘일제, 조선을 삼키다’, ‘거대한 감옥, 식민지에 갇힌 조선인’, ‘전쟁, 총동원하라’, ‘해방, 그러나 끝나지 않았다’ 등 모두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도록에서는 사진 이미지를 통해 우리 현대사의 장면 장면을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사진은 그 시대를 조감하기보다는 선택된 피사체에 한정된 사실적 기록이다. 그러나 그것은 텍스트 위주로 이해해 온 우리 현대사를 좀더 미시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같다.
사진으로 보는 국권 피탈기의 역사와 삶
체포된 안중근 의사의 모습, 을사늑약(1905) 직후 찍은 ‘병합 기념사진’ 등은 국권침탈 전후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국민학생들의 군사훈련, 동원된 여학생 근로정신대, 애국수칙 홍보 전단과 후방 총력체제 선동엽서 등은 일제의 전시 총동원체제의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 준다.
매일 정오 일제의 ‘천황’을 위해 전쟁에 나간 군인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묵도를 올리고 있는 식민지 백성들의 모습(1945)과 같은 해 10월 충칭의 임시정부 청사에서 찍은 환국 기념사진은 역사의 전환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나는 1930년대, 내 고향 경북 칠곡의 낙동강 철교 앞에서 찍은 당대의 항일지사 5분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 가운데 좌파 민족주의자로 남북협상파의 일원이었던 채충식 선생이 겪어야 했던 오욕의 삶에 나는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삶이 가문의 몰락을 가져왔다는 자책감과 후손에게 빨갱이 집안이라는 멍에를 지워준 것에 대한 통한 속에서 그는 자신의 손으로 모든 기록을 태워 없앴다. 이 항일투사가 손녀에게 남긴 유언은 ‘내 뒤를 캐지 말라’였다고 한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의 삶과 투쟁이 이 땅의 고단한 현대사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알고 이해하는 것은 오늘의 우리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새롭고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2010. 11. 6. 낮달
* 이 도록은 지금 절판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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