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싶지만, 물려받을 수밖에 없는 ‘폐정의 유산’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이 하염없이 미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 정부의 실정과 폐정의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는 각종 수치가 잇달아 들려오고 있다. 국민이 이미 온몸으로 느끼고, 아파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걸 이러저러한 연구소나 기관 단체가 발표하는 수치로 굳어져 드러난 것이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ariety of Democracy Institute, V-Dem)가 발표한 ‘민주주의 리포트 2024’가 한국이 ‘독재화’로 민주주의가 뒷걸음질하고 있다고 보고한 게 지난해였다. [관련 글 : 한국, ‘독재화’로 민주주의 뒷걸음질(민주주의 리포트 2024)]이 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5’는 한술 더 떠서 한국을 기존의 ‘자유민주주의’보다 한 단계 아래인 ‘선거민주주의’로 분류했다.
이 연구소에서는 전 세계 179개국의 정치 체제를 가장 높은 단계부터 △자유민주주의 △선거민주주의 △선거 독재 정치 △폐쇄된 독재 정치 등 4단계로 분류한다. 여기서 △선거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선거, 만족스러운 수준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체제”를 뜻하니 그만하면 괜찮은가?
그 위 단계인 자유민주주의는 ‘선거민주주의’에다 “행정부에 대한 사법적·입법적 통제, 시민의 자유 보호, 법 앞의 평등 보장” 등이 추가되는 체제다. 이번 발표에서 드러난 자유민주주의 국가는 덴마크(1위)를 비롯하여 일본(27위) 등 29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은 지난해 자유민주주의지만 독재화가 진행되는 국가로 분류됐는데, 올해는 오스트리아, 캐나다, 그리스 등 59개국과 함께 선거민주주의 국가로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수준이 후퇴해 2년째 독재화가 진행 중이고, 미디어 편향과 자체 검열이 일반화되고 몰도바·루마니아와 함께 언론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가 크게 후퇴한 나라로 분류되었다.
연구진은 “표현의 자유를 나타내는 지표로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에 대한 정부의 공격, 미디어가 제공하는 관점의 축소, 자체 검열의 증가, 언론인에 대한 빈번한 괴롭힘 등이 있다”며 “정부가 정직한 언론인에게 규제 압력을 가하며 정보 공간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울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스웨덴 연구 기관 “한국 독재화 진행…미디어 편향·자체 검열 일반화”]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는 179개국 중 41위, 민주주의 지수의 세부 지표 중 ‘심의민주주의 지수’ 지표는 48위를 기록하며 세부 지표 중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심의민주주의 지수는 공공의 논의가 얼마나 포용적인지, 정부가 야당과 반대 의견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사실에 기반한 논쟁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 등을 측정한 지표다.
이미 언론 부문에서 국경없는기자회에서 발표한 2024년의 세계 언론자유지수가 64위로 추락했다. 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았던 한미동맹은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실이 공식 확인됨으로써 충격을 주었다. 경제도 폭망을 면치 못하고 있다. OECD는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1%에서 1.5%로 대폭 하향 전망했다.
내정은 더 말할 게 없다. 비상계엄 등 내란 이후, 헌법과 법치주의 파괴, 국가에 대한 신뢰 파괴, 국가 기관의 신뢰는 거의 바닥을 치고 있다. 감사원, 권익위, 인권위 등 독립기관은 거의 독재에 협력하는 하부 기구가 된 느낌이니 더 무엇을 말하겠는가.
이 혼돈의 시간은 헌재의 탄핵 심판이 이루어져야 비로소 마무리될 듯하다. 하염없이 미루어져 온 탄핵 심판을 기다리면서 올해가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고단한 시간이 되리라고 전망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2025.3.1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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