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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가겨 찻집

문장성분, 제맘대로 생략할 수 없다

by 낮달2018 2021. 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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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겨 찻집] 문장성분의 부당한 생략 ② 목적어·부사어·서술어

목적어의 부당한 생략

문장 필수 성분으로 목적어 역시 함부로 생략할 수 없다. 담화 상황에서는 화자와 청자가 맥락을 공유하고 있어 꽤 많은 문장성분을 생략할 수 있지만, 문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목적어가 생략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제한적이다.

 

예컨대 목적어가 같은 두 문장이 이어질 때가 그렇다. “사람들은 그를 사랑하고 깊이 신뢰했다.”라는 문장에서 타동사 ‘사랑하다’와 ‘신뢰하다’의 목적어는 ‘그’로 같다. 그래서 뒤 문장에서 목적어를 생략했다. 다음 문장을 보자.

 

(1) 작품에 손을 대거나 훼손하는 행위를 금합니다.

(2) 사람은 남에게 속기도 하고 속이기도 한다.

 

문장 (1)은 “작품에 손을 대는 행위를 금합니다”와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를 금합니다.”라는 문장이 이어졌다. 두 문장은 “~행위를 금합니다.”라는 서술어를 공유하지만, 그 ‘행위의 내용’은 다소 차이가 있다. 즉, 앞 문장은 ‘작품에 손을 대는’ 것이고, 뒤 문장은 ‘작품을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뒤 문장에 쓰인 ‘훼손하다’는 반드시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인 타동사다. 타동사 앞에선 목적어를 생략할 수 없다. 담화 상황에서야 맥락 속에 목적어가 드러나면 목적어를 생략할 수 있지만, 문장에서는 타동사의 목적어를 절대 생략할 수 없다.

 

문장 (2)도 마찬가지다. 이 문장은 “사람은 남에게 속기도 한다.”와 “사람은 남을 속이기도 한다.”는 문장이 이어졌는데, 서술어 ‘~도 한다’를 공유하지만, 성격이 다른 동사가 쓰였다. ‘속다’는 자동사로 목적어 없이 부사어 ‘남에게’만 있으면 되지만, ‘속이다’는 사동사로 반드시 목적어가 와야만 한다. 따라서 목적어 ‘남을’을 생략한 것은 부당한 것이다.

부사어의 부당한 생략

(3) 인간은 환경을 지배하기도 하고, 때로는 순응하면서 산다.

(4) 인간은 신을 숭배하지만, 때로는 도전하기도 한다.

 

문장 (3)은 각각 “인간은 환경을 지배하며 산다”와 “인간은 때로는 환경에 순응하며 산다.” 등 두 문장이 이어졌다. 두 문장 다 “~하며 산다”는 서술어를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동사를 썼다. 앞 문장은 타동사 ‘지배하다’지만, 뒤 문장에는 자동사 ‘순응하다’가 쓰였다.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 ‘지배하다’는 목적어 ‘환경을’이 제대로 쓰였다. 그러나 뒤 문장의 서술어 ‘순응하다’는 목적어를 요구하지 않는 자동사다. 그러나 순응의 대상을 드러내야 하므로 ‘순응하다’는 혼자서 쓰이지 못하고 조사 ‘-에’ 붙는 부사어, ‘환경에’가 필요하다. 이럴 때 부사어는 필수 성분이 아니면서도 꼭 필요한 성분이 된다.

 

문장 (4)도 마찬가지다. 앞 문장은 목적어가 필요한 타동사지만, 뒤 문장의 ‘도전하다’는 부사어가 와야 하는 자동사다.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걸다”라는 뜻을 살리려면 앞에 싸움을 거는 대상이 드러나야 한다. 부사격 조사 ‘-에게’가 쓰인 부사어 ‘신에게’가 와야 하는 이유다.

서술어의 부당한 생략

서술어의 부당한 생략도 주로 겹문장에서 일어난다. 주어와 서술어 하나로 이루어진 홑문장에서 서술어를 생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서술어가 문장의 핵심을 이루는 우리말에서는 더 이를 게 없다. 특히 서로 성격이 다른 명사를 접속 조사로 이으면서 서술어 하나를 빼먹는 경우가 많다.

 

(5) 이 차에는 짐이나 사람을 더 태울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다.

(6) 지구 온난화 현상의 문제점과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문장 (1)은 ‘짐’과 ‘사람’을 목적어로 삼으면서도 둘다 ‘태우다’라는 동사를 써서 비문이 되었다. ‘짐’은 ‘싣’는 것이니 목적어 짐에 호응하는 서술어 ‘싣다’가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문장 (2)는 ‘문제점’과 ‘대안’을 목적어로 묶었다. 그러나 두 낱말의 성격이 다른데도 서술어는 ‘마련해야 한다’ 하나다. ‘대안’은 마련해야 하지만, 문제점은 그렇지 않다.

 

문제점에 호응하는 서술어를 추가하여야만 바른 문장이 된다. 보기에서는 ‘파악하고’를 서술어로 추가함으로써 목적어와 서술어의 호응을 이루었다.

다음 익힘 문제를 풀어보자. (정답은 '더보기'에서 확인)

 

① 명예욕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인간은 끝없이 확대해 가는 경향이 있다.

② 이 옷이 유행이라서 요즘 많은 사람이 사 가고 있습니다.

③ 신은 인간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시련의 고통을 주기도 한다.

④ 호랑이 무리는 활동 영역과 사냥감이 많은 초원을 찾아 이동하였다.

⑤ 한 번 훼손된 자연을 회복시키려면 많은 비용과 긴 시간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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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명예욕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인간은 이를(명예욕을) 끝없이 확대해 가는 경향이 있다.

② 이 옷이 유행이라서 요즘 많은 사람이 이 옷을 사 가고 있습니다.(목적어의 부당한 생략)

③ 신은 인간을 사랑하기도 하지만 인간에게 시련의 고통을 주기도 한다.(부사어의 부당한 생략)

④ 호랑이 무리는 활동 영역이 넓고, 사냥감이 많은 초원을 찾아 이동하였다.(서술어의 부당한 생략)

⑤ 한 번 훼손된 자연을 회복시키려면 비용이 많이 들고, 긴 시간이 걸린다.(서술어의 부당한 생략)

 

2021. 7. 30.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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