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편향' 보도로 망가진 공영방송 MBC
<문화방송(MBC)> 뉴스를 보지 않게 된 지 어 새 꽤 오래되었다. <MBC>가 ‘마봉춘’이 아니라 ‘엠병신’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부터였으니. 그러고 보니 <MBC>뿐 아니라 <KBS>도 잘 보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TV 뉴스는 이런저런 말도 많지만 <JTBC> 뉴스룸을 고정해 보기 때문이다.
당청 갈등 보도, <MBC>의 독야청청
라디오 방송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아침밥을 지으면서 라디오를 틀어놓는데, 손석희가 떠난 뒤, <MBC> ‘시선집중’에서 <기독교방송(CBS)>의 ‘뉴스 쇼’로 채널이 바뀌었다. 다른 프로그램도 비슷해서 잘 듣고 있다가도 뉴스가 나오면 저절로 채널을 돌려버린다.
오늘 새벽에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문득 ‘미디어 다음’의 뉴스 하나에 시선이 꽂혔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국회와 여당 지도부에다 결기를 잔뜩 세운 다음이다. 그 후속 기사인 모양인데 어째 제목이 시사하는 결이 좀 달라 보였다.
‘박 대통령과 사사건건 대립?…유승민, 뭐가 문제였나’다. 이건 뭥미? 들어가 보니 역시 <MBC>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이라는 말까지 듣게 된 저간의 사정을 돌아본 리포트다. 그런데 기사 제목이 좀 요상하지 않은가.[기사 바로가기 ☞ ]
아니나 다를까. 기사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한 이유를 돌아보고 있는데 형식은 중립을 지키는 것처럼 보이긴 한다. 그러나 내용은 유승민 원내대표가 ‘욕먹을 짓을 했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유 대표는 지난해 국정감사 때 청와대 비서진을 ‘어린아이’로 지칭했고, 청와대에 맞서 ‘사드’에 대한 공개논의를 강행한 사실이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은 협상 한번 제대로 못 했고, 국회법 개정안 협상 때는 동료의원들을 속인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받는다.”라며 동료의원의 인터뷰도 곁들였다. 또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자신의 정치를 하기 위해 야합을 했다.”라는 대학교수의 의견까지 붙였다.
글쎄, 굳이 쌍심지를 켜고 바라보아서 그런 걸까. 마침 ‘미디어 다음’에 같은 사안을 다룬 다른 방송도 있어 들어가 확인해 보았다. <SBS>는 “‘박 대통령께 진심으로 죄송’…반성문 쓴 유승민”(이 제목은 좀 거시기하지만)으로, <JTBC>는 “‘대통령 인식의 엄중함 몰라’…청, ‘유승민 사퇴’ 압박”으로 제목을 뽑았다.
<MBC>,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가
이들 기사는 ‘대통령의 진노’ 이후 상황을 다룬 기사여서 <MBC> 기사와 단순 비교를 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들 기사는 비교적 중립적이고 객관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와 당의 충돌에 따른 양쪽의 인식과 반응 따위를 적절히 배분해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다음에서 검색해 본 <KBS> 9시 뉴스 기사도 마찬가지다. 유승민 대표의 공개 사과 사실과 친박계의 사퇴 압박 등 총공세를 보도하고 있지만, 김무성 당 대표의 부정적 반응 등을 전하는 등의 중립을 의식하고 있는 기사였다.
<MBC>의 해당 기사에는 무려 1,800개가 넘는 댓글이 붙었다.(2015. 6. 27. 08:00 현재) 대부분이 이 다툼과 갈등을 부정적으로 전하면서 대통령을 비판하거나 <MBC>의 편향성을 지적하는 것이었다.
“원내대표가 대통령 내시냐?”
“MBC는 정권 시녀, 예전엔 뉴스하면 MBC였는데… 어쩌다가 이 지경에…쯧쯧”
“어용 마봉춘”
“명불허전 M빙신이네.”
“MBC 부끄럽다. 선배들 보기 부끄럽지 않냐?”
<MBC>가 망가진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정작 이런 기사를 확인하는 기분은 씁쓸하기 이를 데 없다. 하긴 그게 어찌 <MBC>만의 문제일까. 최근 <KBS> ‘개그콘서트’가 ‘민상토론’이라는 꼭지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행정지도를 받았다는 사실은 시정의 우스개가 되어 버렸다. 최악의 오보로 얼룩진 <MBC>의 세월호 관련 보도를 자화자찬한 방송문화진흥회의 경영성과보고서 소식도 코미디다.
망가진 방송들, 한국 언론의 민낯
청와대 관련 기사 때문에 한 일간지에 정부 정책 광고가 누락되면서 ‘편집권 침해’ 논란도 커지고 있다. 광고를 통해 언론을 통제하려던 1970년대의 망령이 떠오르는 걸 어찌할 수 없다. 그래서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15년 한국의 언론 자유도는 조사 대상 180개국 중 60위였다는 소식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은. 그것이 곧 언론 수용자의 ‘분노’를 ‘실소’로 바꾸어 버리는 2015년, 한국 언론의 초상인 셈이다.
2015. 6. 27.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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