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 마을 살리기운동
아름다운재단에서 엽서가 왔다. 재단과 소중한 인연이 되어주었다며 6월의 ‘처음 자리 마음 자리’에 초대하는 편지다. 실한 나무 모습의 주황색 재단 엠블럼도, 단아한 글꼴의 아름다운재단 이름도, 재생지 느낌의 누런 엽서 봉투도 아름답고 정갈하다.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엽서를 열어보고 머리를 주억거린다. 그렇다. 뒤늦게 <우토로 마을 살리기 희망 모금>(https://www.beautifulfund.org/ssl.html 의 캠페인 메뉴)에 참여한 게 지난 5월 12일이다. 잠깐 머릿속에 어둔한 어림셈이 벌어진다. 그 정도 소액에 이런 봉투에, 편지에 남는 거나 있을까……. 처음에 10만 원을 생각하다가 그게 뚝 분질러져 5만 원이 되었고, 그것도 손이 곱아 고작 3만 원으로 체면치레를 했기 때문이다.
희망 모금을 시작할 때 부족분에서 민간모금액과 정부 지원 예산을 뺀 목표 모금액은 7억여 원이었는데 얼마나 벌충이 되었나 하면서 들여다보니 참여자는 모두 2,670명에 총기부금액은 116,041,159원이다. <다음 희망 모금>과 <네이버 해피빈>의 모금을 포함해도 액수는 턱도 없다. 모금 시한은 6월 27일인데…, 공연히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기분이다.
까닭이야 넘친다. 참여자 명단을 흘낏 보았더니 이런, 지난 5월에 내가 참여한 다음 뒤를 이은 이는 고작 셋이다. 하기야 올 5월은 좀 바빴는가. 쇠고기 정국이 부른 촛불 들기와 갖가지 형태의 후원과 성금이 줄을 이었다. 은근히 정부 지원 예산 30억은 제대로 집행이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슬슬 똬리를 튼다.
개인의 힘이란 그리 믿을 게 못 된다. 그러나 쉼 없이 내리면, ‘가랑비’도 옷을 적신다. 쉬지 않고 '마지막 징용 조선인촌'으로 불리는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51번지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아픔을 기억하면서 따뜻하게 내리는 가랑비를 생각해 본다.
2008. 6. 19.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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