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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바람과 먼지의 세상, 그 길 위에 서서
이 풍진 세상에 /선산(구미) 이야기

[사진] 금오산 벚꽃 길과 금오천 인공 물길

by 낮달2018 2019. 9.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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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천 인공 물길 주변에 피어난 금오산 벚꽃 길

요즘은 어딜 가나 벚꽃이 흔하다. 한창 꽃이 피는 때라 시내 곳곳에 벚꽃이 넘실대고 있다. 오늘 오전에는 벚꽃 축제가 한창인 금오산 자락을 찾았다. 오후에 봄비가 내린다는 일기 예보를 듣고 나는 부지런히 움직이지지 않으면 벚꽃 길의 장관을 놓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구미로 옮겨온 이듬해인 2013년에 다녀간 뒤 3년 만에 찾은 벚꽃 길의 벚꽃은 바야흐로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금오산으로 오르는 길가의 시내(금오천) 좌우에 이어진 벚꽃 길은 예전의 명성 그대로였으나 내의 모습은 무척 달라졌다.

 

청계천 같은 ‘물 순환형 하천’

 

처음엔 하천의 폭이 넓어지고 시원해졌다고만 생각했다. 시내 한복판의 물길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고, 양옆에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렇다. 예전의 시내는 건천(乾川)이 되어 물도 흐르지 않았고, 하천 바닥은 자갈이 섞인 모래밭에 풀이 수북이 자라 있었었다.

 

물이 흐르고 있는 금오천은 마치 복원된 인공하천 청계천처럼 보였다. 돌아와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그게 구미시의 하천 정비 사업의 결과 중 일부라는 걸 알았다. ‘낙동강 본류의 풍부한 물을 하루 3만 톤 방류하여 물이 말라버린 도심 하천을 물 순환형 하천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2017년에 완료되는데 시에선 1단계 사업으로 금오천 1km 구간을 지난해에 개통했다. 하천 바닥을 준설하고 거기에 돌과 콘크리트로 물길을 만들고 곳곳에 징검다리를 만들어 놓았다. 물길 좌우로는 산책길을 조성했다. 현재 흐르는 물은 산밑 금오지의 물을 행사 기간 중에 내려보내는 것이다. 낙동강 물을 끌어와 방류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구미시에선 ‘낙동강 물을 끌어들여 하천에 생명을 불어넣고 산책로와 징검다리 등 친수공간을 확보해 문화와 생태가 흐르는 물 순환형 하천’으로 만들었다고 홍보한다. 또 ‘시민들이 시원하게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잘 정비된 저수호안(貯水湖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했단다.

 

‘친환경 녹색도시’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구미시도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환경 보전보다는 개발 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 보도된 친수 지구 개발계획에 따르면 구미시는 국토부가 도입 가능하다고 규정한 시설 대부분을 낙동강 변에 만드는 대형 개발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구미시는 선착장·오토 캠핑장·파크골프장 등뿐 아니라 대구지방 환경청과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거부된 ‘항공레저 이착륙장’ 건설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드러난 국토교통부의 ‘국가하천 지구지정 기준 수정안’에 따르면 도입 가능한 시설의 빗장도 풀려서 ‘항공레저 이착륙장’도 강변에 건설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사실상 식수원 강변을 대규모 위락시설로 바꾸는 계획인 셈이다.

 

죽은 하천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하지만 이 ‘인공 물길’을 액면 그대로 ‘친환경’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메말랐던 시내에 맑은 물이 흐르고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물가를 걷는 시민들의 표정은 여유롭다. 하늘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지만, 벚꽃 길과 시내 주변은 산책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어가고 있었다.

▲ 2013년의 금오천 모습(위).  물도 말라 흐르지 않고 시내 바닥은 자갈과 모래밭으로 되어 있다 .

 

 

2016. 4. 3.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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