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 접미사 ‘-시키다’의 쓰임

1. “좋은 사람 소개시켜 줘.”
2. “거짓말시키지 마라.”
‘시키다’는 저 혼자 단독으로도 쓰이는 동사이면서, 명사 뒤에 붙어서 사동사를 만드는 접미사로 쓰이기도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보듯 “인부에게 일을 시키다.”나 “분식집에 식사를 시키다.”처럼 동사로 쓰이면서 ‘교육시키다’, ‘복직시키다’, ‘오염시키다’와 같이 접사로도 쓰이는 것이다.
‘사동(使動)’이란 “문장의 주어가 자신이 직접 행동하지 않고, 남(다른 대상)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하는 문법적 표현”이다. 사동사를 만드는 방법(사동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사동접미사’를 붙여서 사동사를 만드는 방식과 용언의 어간 뒤에 ‘-게 하다’를 붙여서 사동을 나타내는 방식이 그것이다.

앞의 사동접미사를 쓰는 방식을 ‘파생적 사동(짧은 사동)’이라고 하고 뒤의 어미 ‘-게 하다’를 쓰는 방식을 ‘통사적 사동(긴 사동)’이라고 부른다.
명사에 접미사 ‘-시키다’ 붙이는 사동사
명사에 접미사 ‘-시키다’를 붙이는 방식의 사동사도 있지만, 이는 제한된 명사에만 붙을 수 있다. 명사에 무조건 ‘-시키다’를 붙이면 사동사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맨 앞에 든 문장의 ‘소개시켜’는 ‘소개해’로, ‘거짓말시키지’는 ‘거짓말하지’로 바꾸어 써야 맞다.

‘소개’는 “둘 사이에서 양편의 일이 진행되게 주선함.”을 뜻하는 명사다. 여기에 ‘-시키다’가 붙으면 “둘 사이에서 양편의 일이 진행되도록 주선하게 해 줘”라는 뜻이다. 따라서 화자가 직접 주선자가 되게 해 달라는 뜻이 되므로 원래의 뜻에서 어긋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이 “-주선해 줘”의 뜻이 되게 하려면 ‘-하다’를 붙이는 것으로 족하다.
어떤 ‘-시키다’는 문맥상 의미를 바꿔버린다
‘거짓말시키다’도 마찬가지다. 이는 “거짓말을 하게 하다”는 뜻이니, 원 문맥상의 뜻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짓말하지 마라’와는 완전히 다른 뜻의 말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이 역시 ‘-시키다’ 대신 ‘-하다’를 붙여야 하는 낱말이다.
이처럼 접미사 ‘-하다’를 붙여야 할 자리에 ‘-시키다’를 붙여서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아래 그림에서 드러나듯, 화자(주어)가 직접 행동하는 경우라면 ‘-하다’를 붙이는 게 맞다. 또 명사 자체에 ‘~하게 만들다’, ‘~하게 되다’라는 ‘사동’이나 ‘변화’의 의미가 포함된 단어에는 ‘-시키다’를 중복해서 붙일 수 없다.

‘금지’나 ‘황폐화’에 이미 사동과 변화의 뜻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굳이 ‘-시키다’를 쓸 필요가 없다. ‘입원시키다’의 경우에는 ‘입원하다’, 또는 ‘입원하게 하다’의 뜻이 있을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구별해 쓸 수 있겠다. 대체로 ‘-시키다’로 쓰인 동사를 ‘-하다’로 바꾸었을 때 맥락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면 ‘-하다’로 바꾸어 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바꾸었을 때 문장의 뜻이 달라지거나 비문이 될 경우는 해당하지 않는다.
‘-하다’로 바꾸었을 때 맥락의 의미가 자연스럽다면 ‘-하다’로
이런 방식이 모든 단어에 일관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헛갈리는 상황에서 바른 표현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하다’와 ‘-시키다’가 다 붙을 수 있는 말도 적지 않다. ‘교육하다’와 ‘교육시키다’는 뜻이 다르다. ‘교육하다’는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 주다”, 즉 ‘가르치다’의 뜻이라면, ‘교육시키다’는 “-인격을 길러 주게 하다”, 즉 ‘가르침을 받게 하다’의 뜻이 된다.
‘복직하다’는 “물러났던 관직이나 직업에 다시 종사하다”의 뜻이니 주어의 직접 행동이다. 그러나 ‘복직시키다’는 제3의 주어 정부나 회사에서 “대상을 물러났던 관직이나 직업에 다시 종사하게 하다”는 사동문이 되는 것이다.
‘오염’의 경우는 조금 다른데, 뜻은 “더럽게 물듦. 또는 더럽게 물들게 함”이다. 뒤의 뜻이 사동의 의미가 있으므로 동사로 ‘오염하다’도 쓸 수 있으나 실제 글에서 이런 표현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오염되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고, 사동의 뜻으로는 ‘오염시키다’를 주로 쓰는 것이다.
2026. 6. 16.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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