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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에 /역사 공부 「오늘」

[오늘]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완성 30돌

by 낮달2018 202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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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공부 ‘오늘’] 1989년 7월 1일,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완성

▲ 국민건강보험 CI

올로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 완성 30주년이 되었다.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가장 단기간에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한 사례라고 한다. 1966년 의료보험법 제정을 기준으로 하면 26년, 1977년 직장의료보험 실시를 기준으로 할 땐 불과 12년 만에 우리는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한 것이다.

두 세기에 걸친 예이긴 하지만 1883년 세계 최초로 국가 주도의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 독일이 전 국민 의료보험을 달성하는 데는 무려 100여 년(1883~1988)이 소요되었다. 일본만 해도 36년(1922~1958)이 걸렸다. 한국의 의료보험 제도는 충분히 세계의 주목을 받을 만한 것이다.

2017년 8월 9일, 정부가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발표한 지 2년여가 흘렀다. 이 정책의 핵심은 모든 의학적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전 국민 건강보장 30주년과 보장성 강화 2주년을 맞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 성인 2천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시행했다. 여론조사의 결과는 일단 긍정적이다. 보건의료 환경 전반의 변화를 겨눈 이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두터운 편이고, 건강보험 제도에 대한 국민 만족도도 대체로 높았다. (아래 그래프, 참고 기사 참조)

현재 60%대에 머무는 건강보험 보장률은 70% 수준까지 올리는 것이 목표지만, 갈 길은 멀다. 건보 보장률 73%를 원하지만, 재원 부담에는 소극적인 국민 의식도 보장률을 달성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완벽한 건강보장 제도는 이상이겠지만, 그에 대한 지향은 끊임없이 이어져야 하는 이유다.

                                                                                       2019. 6. 30.

▲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베트남, 볼리비아 등 개발도상국에 시스템을 수출할 만큼 우수한 제도다.

1989년 7월 1일, 지역 의료보험이 농촌 지역에 이어 도시 지역까지 확대 적용됨으로써 마침내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완성되어 온 국민이 의료보험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의료보험법이 제정(1963)된 지 26년 만이고, 500인 이상의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에 대한 직장 의료보험이 시행(1977)된 지 12년 만이었다.

 

그것은 국민 대중들이 경제적 장벽으로 말미암아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했다. 전국 병원의 평균 병상 이용률 57.4%, 의사 1명의 진료 환자 수 9.6명(이상 1974년), 아픈 사람 중에서 어떤 의료서비스도 이용하지 못하는 40%(1975년 한국개발연구원)의 사람들도 병의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 법은 사회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의료보험사업을 행함으로써 근로자의 업무 외의 사유로 인한 질병·부상·사망 또는 분만과 근로자의 부양가족의 질병·부상·사망 또는 분만에 관하여 보험 급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 ‘의료보험법’ 1장 1조(목적)

 

1963년 12월 16일 우리나라 최초로 제정된 의료보험법의 첫 조문은 사회보장으로서의 보험급여를 목적에 명시하고 있었지만, 이는 당위적인 희망 사항을 적시한 데 불과했다. 당시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국가재건최고회의의 발의로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고자 하였지만, 이는 오랫동안 시범사업으로만 운영되었다.

 

의료보험법 제정되었지만, 한동안 유명무실했던 까닭

 

이 법에 따라 1968년 장기려의 청십자조합이 설립되는 등 활동을 벌였지만, 이 법은 의료보험의 임의적용 방식을 취하고 있어 유명무실하였다. 임의적용 방식으로는 정작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엔 신문 지상에 급한 사고를 당한 가난한 사람이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했다는 기사가 적지 않게 실리곤 했다. 이러한 현실은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제34조 제1항)과 이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의 사회복지 증진의무’(제34조 제2항)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었다.

 

‘유전무병, 무전유병’의 현실은 의료보험제도의 전 국민적 시행에 대한 요구로 이어졌다. 그러나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의 개발독재가 이어지고 있었던 절대빈곤의 국가가 거기 응답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1970년에 근로자, 공무원, 군인 등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강제보험으로 ‘의료보험법’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의료보험 강제적용의 문제점 등 여러 여건상의 어려움으로 그 시행령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이 답답한 상황은 1979년 강제 임의적용의 병행과 당연적용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법이 개정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생활유지 능력이 없거나 어려운 국민을 대상으로 ‘의료보호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도 이 시기였다.

 

1977년 첫 직장의료보험 시작

 

의료보험법을 전면 개정(1976), 500인 이상 사업장근로자와 공업단지 근로자에게 강제적용(직장의료보험)하게 한 것이 1977년 7월 1일부터였다. 이태 후인 1979년 7월에는 300인 이상 사업장근로자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였다. 1979년 1월부터 공무원과 교직원 의료보험 급여를 시행하였다.

 

첫 시행 뒤 적용 범위를 넓혀간 직장 의료보험은 1979년 공무원과 사립학교 교직원을 편입했고, 점차 가입 사업장의 규모를 줄여나가 1988년 7월에는 5인 이상 근로자의 사업장까지 직장 의료보험이 적용되도록 하였다.

 

직장 의료보험은 인적사항과 소득이 정확히 파악되기 때문에 빠르게 적용할 수 있었지만, 그 밖의 자영업자나 농어촌 지역주민의 소득은 파악이 어려워 의료보험 적용이 여의치 않았다.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보험금의 부과체계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직장 의료보험이 실시, 확대된 이후 지역 의료보험에 대한 논의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1981년 강원 홍천, 전북 옥구, 경북 군위군을 대상으로 지역 의료보험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이듬해에는 경기 강화, 충북 보은, 전남 목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확대하였다.

 

1989년 마침내 도시 지역도 지역 의료보험 가능해지다

 

농어촌 주민이 지역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 것은 1988년 1월부터였고 1989년 7월에는 도시 지역까지 확대 적용되었다. 마침내 도시 지역 자영업자까지 의료보험에 가입하게 되면서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완성되었다.

 

약국 의료보험이 적용된 것은 석 달 후인 1989년 10월 1일부터다. 의료보험제도는 그 가입 범위를 전 국민으로 확대해가는 한편, 수차례 손질하여 점차 국민의 편의에 맞도록 고쳐나갔다.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는 병의 종류를 꾸준히 늘려나갔고, 한방병원에서도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의료보험 가입자의 피부양자 범위도 자신의 직계존비속에서 배우자의 직계존비속까지 범위를 넓혀갔다. ‘사위도 장인 장모를 부양할 수 있’게 한, 이 규정은 남아 선호 경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 제도의 변천에 따라서 의료보험(건강보험)증도 여러 차례 바뀌어왔다. ⓒ 국민건강보험공단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완성된 뒤, 이후 10여 년간 그 관리 체계를 손질하여 1998년 10월 지역 의료보험조합과 공무원·교원 의료보험공단을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으로 통합하였다. 2000년 7월부터 국민의료보험관리공단과 139개 직장 의료보험조합이 단일조직으로 통합되어 ‘의료보험’은 ‘건강보험’으로 이름아 바뀌었다.

 

이전까지 분리해서 관리해 온 의료보험 재정은 재정통합이 단계적으로 실시되었으며, 2011년 1월에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사회보험 징수가 통합되었다.

 

내가 1984년에 교직에 임용되면서 느꼈던 가장 큰 변화가 직장 의료보험 가입자가 된 것이었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피부양자로 등록했고, 망설이지 않고 병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무렵 어렵게 살던 친지가 직장 보험 가입자였던 언니의 의료보험증으로 불안해하면서 아이들을 치료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선명하다.

 

장점 많은 우리 의료보험제도, ‘문재인 케어’로 날개 달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는 현재 베트남, 볼리비아 등의 개발도상국에 그 시스템을 수출할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공식 협력을 맺고 2004년부터 매년 건강보험 국제 연수 과정을 개최해 30여 개 국가 대표단이 우리나라 건강보험을 배울 정도다.

 

영국의 무상의료나 쿠바 등 사회주의권의 의료보장제도에 비기지는 못할지라도 우리나라의 의료보험 제도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오바마가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를 개혁하려 하면서 한국의 의료보험제도를 극찬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 '문케어'는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목표로 한다 .

 

입원부터 퇴원까지 진료비용을 묶어서 질병마다 정해진 가격을 내는 제도인 ‘포괄수가제’나 ‘노인 장기요양 보험제도’는 우리 의료보험제도의 장점이다. 반면, 본인 부담비율이 높고 중증 질환 보장이 안 되어서 사회보장 기능이 미흡하다는 점 등은 단점으로 일컬어진다.

 

현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는 이런 부분을 보완한 정책이다. 올 하반기부터 시작해서 2022년까지 온 국민이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 어떤 질병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이 정책과 관련하여 이해 당사자인 의사들의 강한 반발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문 케어는 MRI, 초음파 등과 같이 의학적으로 꼭 필요한 치료와 검사에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비급여’ 문제 해결,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필수적인 의료비 경감을 목표로 한다.

 

이런 목표가 이해 당사자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이루어질 수 있다면 1989년에 형식에서 완성된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내용적 완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듯하다. 국민의 의료복지를 한 차원 높일 문 케어가 의료계의 손실 주장과 반발을 어떻게 넘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18. 6. 30. 낮달

 

참고

· 국민 모두에게 의료보험을, 국가기록원

· 문재인 케어, 득인가 실인가?, <오마이뉴스>

· 국민 54% “문재인케어, 잘하고 있다정부지출 확대엔 신중,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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